'언론탄압이냐', '언론개혁이냐'의 해묵은 공방을 불러일으켰던 언론관계법 개정 논의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계,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쳐온정기간행물법 개정안(신문법 제정안)에 대해서는 마지막 쟁점을 놓고 여야 `4인 대표회담'에서 연말 막판 타결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2005년 2월에 논의하기로 미뤘으며 언론피해구제법안에 대해서는 의견 절충을 이뤄 연말 통과를 바라보게 됐다. 서로 건널 수 없을 것 같았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이 양보와 타협으로많이 가까워져 개정 전망을 밝게 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가보안법 등의 문제와 연계해 합의 통과가 무산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설혹 합의 통과가 이뤄지더라도 민주노동당과 언론관련 시민단체, 현업 언론인단체, 일부 언론사 등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고 시행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빚어낼지도 모른다. ◆신문관계법 =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언론개혁국민행동은 지난 9월 21일 소유지분 제한과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등을 담은 신문법안을 제출했다. 열린우리당도 이와 얼개가 비슷하면서도 소유지분 규정 등을 뺀 독자 법안을 10월 20일 제출했고 한나라당도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법안을 11월 24일 제출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를 벌여 신문사 경영자료 제출 조항과 판촉비용 허용 조항 등에 합의했으나 △편집위원회와 독자권익위원회 설치 의무화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 △신문 지면의 광고비율 제한 등 4가지 쟁점은 4인 회담으로 넘겼다. 그동안 뜨거운 논란을 빚어온 핵심 쟁점이어서 아직까지 여야의 의견이 팽팽히맞서 있지만 극적으로 타협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조항의 경우 열린우리당은 당초 10대 중앙종합일간지 가운데 1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 3개사 60%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가 `조선ㆍ중앙ㆍ동아'를 겨냥한 표적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철회하고 대상을 전체 유료 일간신문으로 확대했다. 신문ㆍ방송의 겸영 허용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뚜렷하게 갈려 있으나 편집위원회 설치 의무화나 광고 비율 제한 등과 연계해 타협을 모색하거나 입법 기술상절충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소유지분 제한 규정이 여당 안에서빠진 것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조항마저 여당의 수정 제안으로 이른바 메이저 3사에 대한 규제가 실효성을 지니지 못하게 되면 언론관계법 개정을 둘러싼 전선이 새롭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신문 관련 규제의 최소화를 주장해온 쪽에서는 정부 개입이 가져올 부작용과 언론자유의 가치 등을 내세워 반대 논리를 계속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배달전문 유통공사가 설립되면 신문사의 과당경쟁을 막고 비용 절감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배달망에서 앞선 신문들은 비교우위가 없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될 경우 친정부 매체에유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방송관계법 =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은 민영방송의 최다출자자가변경될 경우 방송위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신문법과 마찬가지로 지배주주 소유지분 한도를 30%에서 15%로 낮추자는언론개혁국민행동의 입법청원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안은 10%로 더욱낮췄다. 민영방송의 방송발전기금 징수율 한도는 현행 방송광고 매출액의 6%와 언론개혁국민행동 안의 10%에서 절충해 8%로 정했다. 이와 함께 방송편성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고 방송위원 자격 요건을 강화했으며 시청자위원회 권한도 강화했다. 또한 재허가 거부 이후의 절차도 구체적으로규정해놓았다. 열린우리당 안이 민영방송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한나라당은 KBS 조항을 별도로 떼어내 국가기간방송법안을 제안했다. 수신료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해 현재 전체 수입의 60% 수준인 광고료 비중을 20%정도로 낮추는 대신 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예산과 결산을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등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는 단시일내에 양당의 시각 차이를 좁히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2월 임시국회로 미뤘지만 그때가 되더라도 타협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유선방송의 지역방송 지상파 의무 재송신 등 여야의 이견이 없거나 당장 개정해야 할 사안마저 해결이 미뤄진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 2005년에는 위성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과 지상파DMB가 출범하고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PTV)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등 방송과 통신의 융합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송위와 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를 포함한 방송ㆍ통신 관련법 개정 논의에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언론피해구제법 = 문광위 법안심사소위는 23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로 언론피해구제법안을 가결했다. 열린우리당 안에 있던 중재신청 단계에서의 손해배상 청구 조항은 한나라당의조정전치주의 조항과 절충해 조정과 중재 두 단계로 나눈 상태에서 손해배상 조항을두기로 했다. 또한 열린우리당 안의 언론피해상담소 설치 조항과 언론중재위원회에 시민단체참가를 명시한 조항은 빠졌고 방송사ㆍ신문사ㆍ뉴스통신사 등에 언론피해를 전담하는 고충처리인을 배치하기로 했다. 여야가 언론피해구제법 제정안에 비교적 쉽게 합의한 것은 독자들의 권리의식이점차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정보화사회의 진전으로 언론 피해 가능성도 예전보다훨씬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각종 개별법에 산재된 언론피해구제관련 법 조항을 한데 모아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그러나 4인 회담의 성과 여부에 따라 연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핵심 조항 중 일부가 빠져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언론의 탐사보도를 위축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