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시작하려는 엘리트(영재)교육을 미국 공립학교는 오래 전부터 실시해 왔다. 미국 학교 교육을 처음 접해본 한국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실력에 맞는 다양한 수준의 차별화 교육에 깜짝 놀라게 된다.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같은 학년이더라도 실력에 따라 2∼3단계로 나눠 가르친다. 그 뿐 아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는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거나 당장은 못하지만 천재성이 있는 아이들이 별도로 들어가는 영재중학교가 따로 있다. 학비를 내지 않는 공립학교이고 일반 중학교와 같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똑똑한 아이들의 학력이 하향 평준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차원 높은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이러한 엘리트 교육을 포함해 학생 수준에 맞는 차별화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러기 위해선 몇가지 전제조건이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학생 선발 기준의 공정성이다. 성적 순으로 뽑으면 쉽겠지만 성적이 학업능력과 1백% 비례한다고 볼 수 없다. 버지니아주 영재중학교는 현재의 성적만이 아니라 미래에 잘 할 수 있는 잠재력과 그 학생의 선생님이나 이웃의 추천서도 중시한다. 둘째는 상대방에 대한 인정이다. 공부를 잘하거나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엘리트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그렇지 못한 학생과 그 학생의 학부모들이 인정해줘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절대 평등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결과의 차이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자기보다 많은 돈을 번 사람들의 정당한 노력도 높이 쳐주지 않는다. 경제 성장의 주역인 대기업의 공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 것도 비슷한 속성이다. 엘리트 교육은 비싼 돈으로 우수한 과외교사를 사는 사립 교육이 아니다. 정부의 제도적 틀안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별도로 가르치는 것이어서 성적의 차이를 서로가 인정해야만 갈등없이 굴러간다. 영재학교에 입학하지 못했거나 한 차원 높은 수업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과 그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진다면 엘리트 교육은 갈등만 낳을 것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