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호가 전차군단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19일 오후 7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독일 축구대표팀 친선경기는 독일의 2006년 월드컵 유치에 보내준 지원에 대한 '보은' 이벤트로 성사됐지만 양팀 모두 친선을 넘어 전력 점검의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할 한판이다. 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2-3 패배, 2002한일월드컵 준결승 0-1 패배로 월드컵본선에서만 2차례 무릎을 꿇은 한국으로서는 독일을 상대로 첫 승전고를 울릴 기회이기도 하다. ▲2년6개월만의 복수혈전 2002년 6월25일 '월드컵의 성지' 상암벌. 0-0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던 후반 30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올리버 노이빌레의 크로스를 받은 미하엘 발라크는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야신상'을 노리던히딩크호 수문장 이운재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볼을 막아냈다. 그러나 이운재의 몸에 맞고 나온 볼은 달려들던 발라크의 왼발에 다시 걸렸고굳게 잠겨있던 골문을 갈랐다. 전국을 수놓은 붉은 물결의 힘을 업고 월드컵 4강까지 달려온 '폭주기관차' 한국축구는 발라크의 한방에 멈출 것 같지 않던 진군을 멈췄다. 2년6개월이 지난 2004년 12월19일 본프레레호는 한국이 폴란드를 제물로 월드컵첫 승을 일궈낸 '또 하나의 성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깨끗한 설욕을 노리고있다. 당시 독일의 준우승 멤버 올리버 칸과 발라크, 미로슬라브 클로제가 클린스만호에도 그대로 포진하고 있다. ▲차두리, 분데스리가 동료들과 한판 분데스리가 2부리그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는 '차붐 주니어' 차두리(25)는 9월8일월드컵 예선 베트남전 이후 102일 만에 본프레레호에 다시 승선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내년 월드컵 최종예선 1.2차전에는 나설 수 없지만 이번 독일과의 대결은 친선경기라 출전이 허용됐다. 3년째 독일에서 활약하고 있는 차두리는 이번 독일 대표팀에 팀 동료는 없지만대부분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이라 넓은 의미에서는 '리그 동료'들이다. 특히 차두리는 K리그 컴백 첫 해 수원 삼성의 우승을 일궈낸 아버지 차범근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축포를 터뜨리겠다는 기세다. ▲본프레레호, '탈(脫)아시아' 수능 본프레레호는 지난 7월 바레인전을 시작으로 지난달 17일 몰디브전까지 9전 5승3무1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시안컵과 월드컵 지역예선 위주로 경기를 펼쳐 아시아이외 팀과의 대결은 7월14일 트리니다드토바고전(1-1 무승부)이 유일하다. 더욱이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인 남미, 유럽의 정상급 팀과는 한번도 맞붙어 보지 못했다. 본프레레호로서는 중동의 모랫바람을 뚫어야 할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전통의 축구 강국 독일과 모처럼 제대로 된 수능시험을 치르는 셈이다. ▲국내파, 생존경쟁 스타트 독일전 출전 명단은 조재진(시미즈), 차두리를 제외하고는 전원 국내파로 짜여졌다. 특히 파워 스트라이커 김동현(수원)과 남궁도(전북), 수비수 유경렬(울산)은 처음 본프레레호에 승선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해외파없이 국내파 선수들만 가동해 정상급 팀을 상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점검해볼 기회"라고 말해 폭넓은 선수 기용을 통해 여러 실험을 해볼 계획임을 내비쳤다. 국내파 선수들로서는 유럽에서 뛰는 해외파들이 다시 합류하게 될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치열한 생존경쟁이 시작된 셈. 독일전에서 본프레레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 선수들은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한번 더 검증을 거쳐 최종예선까지 태극마크를 달게 될 가능성이 높다. 포워드 진용만 해도 이동국(광주), 남궁도, 김동현, 차두리, 조재진 등 5명이불꽃튀는 내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킬러' 클린스만, 위력 발휘할까 94년 미국월드컵에서 김호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강호 스페인과 극적으로 비기고 볼리비아와도 득점없이 비긴 뒤 독일을 맞았다. 댈러스 코튼보울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독일은 당시 최고의 스트라이커위르겐 클린스만이 전반 12분과 37분 2골을 뿜어낸 데 힘입어 3-2로 승리했다. 황선홍, 홍명보가 후반 2골을 따라붙었지만 1골이 부족했다. 39세인 클린스만이 이번에는 독일대표팀의 젊은 사령탑으로 변신해 한국을 찾았다. 베테랑과 젊은 피를 골고루 포진시킨 클린스만호가 한국과의 대결에서 다시 위력을 발휘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