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지난 10일 각의에서 신방위계획대강을 승인했다. 새 방위계획대강은 국제평화협력활동을 국토방위와 함께 자위대의본래 임무로 규정했다. 국제평화협력활동은 자위대 해외파병의 다른 표현이다. 일본의 해외파병은 1991년 걸프만 소해(掃海)활동을 시작으로 이라크 파견에 이르기까지 13년의 역사를 헤아린다. 파병 횟수도 17회에 이르지만 이라크 파견 자위대 문제는 올 1년 내내 일본 매스컴이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해 가장 자주 다룬 주제였다. 안보는 어느 나라에나 가장 중요한 국가과제의 하나다. 그점을 감안해도 이라크파견 자위대 문제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중 일본 매스컴을 장식한 것은 왜일까. 자위대 해외파견문제가 일본 안보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의문의 실마리가 풀린다. 신방위계획대강 채택으로 일본의 안보전략은 중대한 전환점을 돌아선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이 채택한 신방위계획대강은 21세기 일본이 지향하는 국가상, 바꿔 말하면헌법개정을 통해 구체화될 국가 진로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다. 자위대의 역할과성격 규정은 평화헌법 개정과 동전의 앞뒷면 같은 관계라는 점을 이해하면 전후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일본 국회는 현재 헌법조사회가 중심이 돼 개헌안 초안 마련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을 비롯, 제1야당인 민주당 등 주요 정당들도 당내에 헌법조사회를 설치해 놓고 각기 독자적인 개헌안 초안을 마련중이다. 개헌의 초점은 말할 것도 없이 전력보유와 집단자위권 행사를 금지한 9조다. 올해 내내 일본 언론을 장식한 이라크 파견 자위대 문제는 어떤 의미에서는 개헌 방향설정작업이자 사전정지작업이었던 셈이다. 현실적 영향력이라는 점에서 붙박이 여당인 자민당의 입장을 눈여겨 보면 일본이 지향하는 국가진로를 점쳐볼 수 있다. 자민당은 11월 초 헌법개정대강 원안을 공개했다. 자민당은 이 원안에서 전력보유를 금지한 현행 헌법 9조를 대신할 `평화주의'장(章) `국가 긴급사태 및 자위군'항목에서 ▲개별적,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보유하는자위군을 설치하며 ▲자위군은 국제공헌을 위해 무력행사를 수반하는 활동도 임무로한다고 규정했다. 버젓한 군대로로서의 자위대 성격과 역할 규정은 패전의 굴레를 벗고 보통국가 일본으로 거듭나는 일련의 작업의 마침표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은 당내 논의를 거쳐 창당 50주년인 내년 11월까지 개헌안 초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자민당이 마련한 개헌안 원안은 참의원의 반발로 표면적으로는 일단백지화한 상태다. 그렇지만 9조관련 내용이 획기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개헌은 일본 정계에서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일반 국민의 개헌찬성의견은 절반(49%, 니혼게이자이 신문 9월 조사) 수준이지만 중ㆍ참의원의 개헌찬성률은84.5%나 된다.(교도통신 9월 조사)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이미 20세 이상 성인에게 헌법개정 국민투표권을부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개정국민투표법안과 국회법 개정안 등 개헌을 위한 절차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내년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미국은 일본의 개헌을 지지하는데서 한발짝 더 나가 9조 개정을 공공연히 요구하는 입장이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면 "헌법 9조는 음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국제적 이익을위해 (일본이 해외에서) 군사력을 전개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며 노골적인 표현으로개헌을 촉구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준비는 해놓되 임기중 개헌은 추진하지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내년 이후에도 일본 정국 최대의 화두는 `개헌' 또는 자위대이라크 파견처럼 모양을 달리한 개헌논의가 될 것이 분명하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