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굵직굵직한 테러사건이 자주 발생해 무고한 인명 피해가 많았던 한해였다. 러시아, 이집트, 스페인 등 전세계에서 테러 사건이 잇따랐으며 이라크와 체첸에서 매일 발생하는 5~6명의 인명 피해는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올해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던 러시아 내 북오세티야 학교 인질사건의 경우 민간인 사망자가 331명(어린이 172명 포함)에 달했다. 지난 2002년 10월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의 사망자 숫자인 170명과 비교하더라도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인질사건에 앞서 여객기 동시 납치 폭파사건으로 90명이 사망했고, 지하철역 부근 자동차 폭발, 버스 정류장 폭발 사건이 연쇄 발생하면서 테러 불안이 가중됐다. 러시아 정부는 8월말부터 4차례 연속 테러를 경험한 뒤 공공장소에 대한 안전및 외국인들의 거주지 등록을 강화했으며 전세계 테러기지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제기하며 외국과의 반(反) 테러 공조를 추진하고 있다. 테러는 러시아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지난 3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연속적인 열차 폭탄 테러로 인해 191명이 숨지고 1천800명이 부상당했다. 지난 10월에는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휴양지에서 3차례나 폭탄이 터져 관광객 40여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다른 테러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범인 검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사관 등 외국 공관을 대상으로 한 테러도 수시로 발생했는데 지난 9월에는 인도네시아 주재 호주대사관 근처에서 차량 폭탄 공격으로 10여명이 사망했다. 7월말에는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미국 및 이스라엘 대사관, 검찰청사에서 자폭 테러가 동시에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테러의 또 다른 특징은 특정 인물에 대한 암살이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2일 팔레스타인의 최대 저항운동 단체인 하마스의 창설자인 셰이크아흐마드 야신이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살해됐으며 야신의 뒤를 이은 압델아지즈 란티시도 똑같은 공습으로 즉사했다. 지난 5월에는 아흐마드 카디로프 체첸 전 대통령이 전승 기념식에 참석했다가좌석 밑에 장치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사망하기도 했다. 카디로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부총리는 부친의 복수를 주장하며 체첸 무장세력과 전투를계속 벌여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주권 이양을 통해 임시정부를 수립한 이라크에서는 이후에도 미군에 대한 공격이 계속돼 올들어 미군 사망자만 1천명에 달할 전망이다. 희생자 숫자는 매달 늘어나 6월 42명, 7월 54명, 8월 65명, 9월 80명을 기록했으며 11월에는140명에 달했다. 특히 이라크 저항단체는 병력 철수를 주장하며 민간인을 납치한 뒤 이들을 참수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미국, 한국, 일본, 영국 등 파병국 국민은 자국 동포가 참수되는 참혹한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이슬람 단체들은 특히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파병국에 대해 '테러공격을 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전세계는 테러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월 이슬람의 한 단체는 "한국 정부가 7일 안에 이라크 병력을 철수하지 않으면 서울을 불질러 부숴버리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사회가 테러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면서 테러를 지원하는 단체나 개인에 대해서는 처벌 및 국외 추방을 할 것을 결의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테러 캠프에서 훈련받은 1만8천여명의 잠재적 테러 요원들이 전세계에 흩어져 활동을 준비중이다. 보고서는 "이라크전 이후 미국은 아랍 세계에서 전략적, 정치적 이익을 증대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면서 "이는 단기적으로 알-카에다가 테러 요원을 확보하는 것을 쉽게 만들고 이들의 테러 동기를 정당화시켜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