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시장개혁 밑그림을 담은 공정거래법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정부가 재벌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마련, 정기국회에 제출했던 이 법안은여야간 정쟁에 밀려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했으며 올해도 재계의 반발과 이해찬 총리의 야당 폄하 발언 등으로 처리가 지연됐다. 결국 여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정무위원회와 법사위원회에서 통과시킨데 이어 이날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2년만에 개정안이 빛을 보게 됐으나 최근 위헌소지가 제기되는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개정안 처리로 인해 기업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재계와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방통행식' 해법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 주요 내용과 의미 이날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사실상 정부와 여당안의 골자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개정안은 논란이 됐던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유지하고 자산규모 2조원이상 기업집단 소속 보험,금융사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현행 30%에서 오는 2008년까지 15%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기업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위한 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을 3년 시한으로 재도입하는 내용과 신문사 등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 지급 근거도포함했다. 다만 출총제의 졸업기준을 마련하고 예외를 인정하는 등 재벌규제가 다소 완화됐으며 계좌추적권을 발동하기 위한 절차를 엄격히 하고 이를 어길 경우의 벌칙규정을 둔 것은 재계와 야당의 의견이 다소 반영된 부분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재벌의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막아 경쟁원칙이 정립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며 "개정안 처리는 기업경영 관행을 개선해시장개혁의 근간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의미 부여의 이면에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보다 개혁을 우선시했다는 일각의 비판은 불가피하게 됐다. ◆출총제 등 논란 계속될 듯 이번 개정안 국회 통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논란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않을 전망이다. 우선 이번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국회에서 벌여온 줄다리기는 사실상 참여정부와 재벌간의 '대리전'이라는 점에서 이번 여당의 단독처리는 정부의 향후 경제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올들어 경제사정이 계속 나빠지면서 과도한 기업규제에 대한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도 정부와 여당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돼온 구조개혁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영 투명성과 소유지배구조의 변화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후 개혁과 분배 위주 경제정책으로 기업활동이 극도로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개정안이 또다른 과잉규제라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출총제의 경우 공정위가 적용제외 대상을 제시하는 등 강도를 완화했다는점을 강조했으나 재계와 야당은 제도 자체가 기업투자를 저해하고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한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또 금융거래정보 요구권에 대해서도 기업의 부당내부거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있어 연장이 필요한다는 공정위 입장과 외환위기 이후 이미 내외부 견제시스템으로자율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재계 주장이 대립했다. ◆위헌 논란 새로운 쟁점 부상 최근 전경련은 개정안에 대해 평등권, 재산권, 영업의 자유 및 비밀을 침해하고있다며 위헌 가능성을 지적한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출총제와 재벌 계열금융사의 의결권 제한에 대해 조목조목 위헌사유를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시키는데일단 성공했다. 이에 따라 야당도 일단 이번 국회에서 여당의 수적 공세에 밀렸지만 재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행령 개정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여당이 법안을 강행처리했다는 점을 들어 기금관리기본법, 민자투자법, 국민연금법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돼 공정거래법 통과로인한 '산후통'이 우려되고 있다. 또 실제로 일부 야당의원과 재계에서는 헌법소원을 통해 개정안 시행을 막아야한다는 주장도 있어 시행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