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 11월 한달 동안 서울 기온이 한번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겨울이 한달 이상 짧아지는 등 한반도의 온난화 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범정부 차원의 기상이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행정자치부는 이를 위해 소방방재청을 주축으로 농림부 해양수산부 기상청 등이 참여하는 기후변화 대비 총괄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A39면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봄날 같은 겨울날씨와 비가 한번 내렸다 하면 물난리가 벌어지는 기상이변이 이미 고착화됐다"면서 "앞으로 해수면이 상승,해안도시들이 침수위험에 놓이는 가공할 사태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기상이변을 공식발표한 것은 지구온난화 충격이 국민생활은 물론 경제·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정예모 박사는 "생활변화와 산업충격을 제대로 흡수·대응하지 못하면 가공할 '기상이변 불경기'가 내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자부는 이날 "한반도의 대표적 이상기후 현상인 홍수 피해가 74∼83년 연평균 1천7백억원에서 84∼93년 5천4백억원,94∼2003년 1조7천1백억원 등으로 10년마다 3.2배씩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홍수피해로 인해 공사현장의 재해,공정지연,장비 및 인력 수급차질이 10년 전에 비해 3~4배씩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건설업계는 동남아지역과 같은 '다우지역' 건설경영기법을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는 등 국내의 대비책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겨울철 이상난동도 갈수록 심해져 1920년대에 비해 최근 들어선 한 달 이상 겨울이 짧아진 대신 봄 여름은 길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가전업계와 외식,식음료 및 레저·패션업계는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영업패턴변화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사활이 좌우되는 상황에 놓였다"며 "봄 같은 겨울이 고착됐는데도 스키장을 조기 개장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관련 업계가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가전사들은 오키나와(아열대)기후를 기준으로 10년 후 상품기획을 하고 있다"면서 "삼성도 앞으로 디자인혁신과 기후대응을 같은 비중으로 두고 제품개발 계획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김수언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