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와 재정수지 양면에서 세계 최대규모의`쌍둥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국채 신용등급은 최상급인 `트리플 A(AAA)'를굳건히 지키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트리플 A'라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사실에 의문을 품는 투자가들과 분석가들이 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7일 보도했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무디스가 1917년 처음 국채 신용등급을 매기기 시작한 이후 한번도 `트리플 A'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미국의 재무부 채권이 지급 불능사태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적자에는 한계가 있고 이 채권의 수익률이급등(채권가격 급락)할 가능성은 상존한다면서 미국 신용등급 `트리플 A'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소개했다. 먼저 신생 신용평가업체 이건-존스 레이팅스는 지난 3일 미국의 신용등급이 현행보다 두 단계 낮은 `더블 A(AA)'로 하향조정돼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이 문제에 관한 논쟁을 촉발했다. `더블 A' 역시 높은 등급이기는 하지만 `미국 국채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기존의 인식과는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건-존스 레이팅스의 션 이건 사장은 "미국 국채의 디폴트(지급 불능)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정부가 달러화의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점을 신용평가에 반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 등 기성 신용평가 업체 관계자들과투자자들, 분석가들은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면서도 미국이 당연히 최고 등급의 신용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채권 뮤추얼 펀드 퍼시픽 투자관리(핌코)의 윌리엄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트리플 A'라는 것은 미국이 장기간에 걸쳐 안정된통화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이것은 이제 더이상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무디스의 스티븐 헤스 미국경제 담당 분석가는 "미국 정치인들이 장기적인 재정문제에 잘 대처할 것으로 믿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언젠가는 `트리플 A'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 전문 투자업체 페이든 앤드 라이젤의 제임스 사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것은 신뢰의 문제"라면서 "우리가 이라크 문제와 사회보장, 기타 중대한 재정지출문제에 대해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미국의 `트리플 A'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미국의 신용등급이 한두 단계라도 미끄러질 경우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날 것이 분명하다. 달러화 약세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손해를 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기 시작한다면 수입물가의 급등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채권 가격이 더욱 떨어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미국의 채권상환 능력이 더욱 약화되고 이는 다시 미국에 대한 신뢰하락을 초래하는급격한 악순환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미국 경제가 매우 규모가 크고 빨리 성장하고 있으며 부채를 자국통화로 갚기 때문에 환율 변동으로 인해 부채 상환능력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은 엄청난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