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의한 납치의혹 일본인 실종자 문제를 다룬 제3차 북ㆍ일 실무회의에서 북한측은 일부 실종자의 유골과 사진 등 '물증'을 제시했으나 일본 정치권과 실종자 가족을 중심으로 의혹만 커진 채 대북 경제제재 검토 등 강경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측 협상대표단은 엿새간의 협상을 마치고 15일 귀국했다. 귀국 직후 협상단대표인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국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실종자 가족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 방북 결과 = 북한측은 실종자 10명 가운데 "8명은 사망하고 2명은 입북하지않았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북한측은 실종자 중 사망자로 발표된 요코다(橫田) 메구미의 유골과 사진,학생증, 자필 메모 등을 일본측에 건넸다. 또 요코다 메구미의 사망 시점을 1993년3월에서 1994년 4월로 정정하면서 과거 제시했던 사망진단서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북한측은 요코다 메구미의 사체를 그가 입원했던 병원의 소재지에 매장했다가남편인 김철준씨가 2년반 뒤 화장했다고 밝혔다. 야부나카 국장은 김철준씨와의 면회에서는 장녀인 김혜경씨도 잠깐 동석했으며요코다 메구미와 함께 3명이 찍은 가족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본측은 김철준씨가 요코다 메구미의 진짜 남편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김씨는 특수기관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밖에 북한측은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어 교사로 알려진 이은혜(일본명다구치 야에코ㆍ田口八重子) 등 실종자 2명의 사고조사 및 사진 자료 등과 납치를지휘한 특수기관 책임자 2명의 재판기록도 제시했다. 아울러 일본측 협상단은 실종자들이 거주 또는 입원했다는 '초대소'와 병원을방문하고 의사 등 관계자 14명으로부터 증언을 청취했다. ◇ 일본 정부 입장 = 고이즈미 총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측이 제시한 물증에대해 "북한측이 노력한 흔적은 엿보이나 아직 일본의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점도있기 때문에 관계부처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일본측 조사와의) 다른 점을 확인하기 위해 정밀조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북 경제제재론에는 "(신중한 자세에) 변함 없으며 양국간 평양선언을 성실히이행하는 노력을 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간 추가협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것으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은 대북 제제에 대해 "담당 각료로서 (대북 제재가) 법률로 가능한 만큼 어떤 경우에 운용될 수 있을지 늘 생각하고 있다"고말했다. 그는 대북 식량 인도지원 중 남은 12만5천t의 추가 지원과 관련 "대화와 압력의사이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며 식량지원을 압력의 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 대북 강경론 확산 = 교도통신은 방북 협상 결과에 대해 실종자 가족 등을 중심으로 낙담과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게무라 토시미쓰(重村智計) 와세다 대학교수는 "협상단이 생존자의 정보를 가지러 갔는데 북한의 설명대로 사망 정보만 가져온 것은 외교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실종자인 요코다 메구미의 모친(68)은 "북한의 설명에 속지 않겠다"며 "사망 시점이 1993년 3월에서 1994년 4월로 바뀐데다 물증으로 제공된 유골은 이미 화장됐던것이어서 DNA 감정이 곤란하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교도통신은 북한측이 내놓은 조사결과의 신빙성은 여전히 낮은 만큼 대북 여론이 호전되기 힘들 것이라면서 양국간 국교정상화 협상은 지금과 같은 답보상태를 면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유골 등 물증이 위증으로 판명될 경우 여론의 반발은 극히 악화돼 대북 경제제재를 가하라는 강경한 목소리가 드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감정 결과 유골이 요코다 메구미 본인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여론의 반응은 알 수 없다고 교도통신은 덧붙였다. 집권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실종자가 살아서 되돌아오지 않는 한 진전이라고할 수 없다"며 "여론의 다수가 대북 경제제재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 경제제재 실행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강경 여론 속에 고이즈미 총리는 자민당과 여론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