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11일 회장단회의를 열고 정부 여당이 추진중인 공정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출자총액제한제 규제대상을 5대그룹으로만 한정하고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시기와 폭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 그 골자다. 종래 주장에서 한발짝 물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법은 못된다고 본다. 물론 재계가 수정안을 제시한 배경은 이날 열린 회의 분위기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재계는 우리 경제가 민간소비부진 장기화와 수출증가율 5개월 연속 둔화 등으로 이미 장기침체 신호인 '더블딥'에 진입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위기상황에 직면해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런 제안을 내놓았겠는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재계의 이런 제안을 공정법 개정안에 대해 당위성을 인정한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선 안된다. 출자총액제한은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나는,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불합리한 규제다. 우리가 누차에 걸쳐 폐지를 주장해온 것도 그런 뜻에서다. 정부는 우리 기업현실에서 재벌규제를 폐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하지만 급속히 변하고 있는 시장환경을 생각하면 정부야말로 현실을 모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서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장치라도 필요하다는 기업들의 절박성 등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계좌추적권 재도입도 발동요건 등의 강화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에 미칠 악영향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빠져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경제를 살리겠다면 무엇보다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하고 볼 일이다. 차제에 출자총액제한제와 같은 불합리한 규제는 당장 폐지하고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와 같은 비합리적인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법제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