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판교 신도시 개발과 지자체 고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판교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일단 합의된 사안을 당정협의를 이유로 번복하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까지 환경부를 무시하듯 사전 환경성 검토를 받지않고 공사에 들어가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가 추진 중인 판교 신도시 문제는 인구밀도 등이 초점이다. 애초 2001년건교부가 판교 신도시를 거론했을 때 환경단체는 "판교는 수도권 남쪽의 녹지와 연결되는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이고 개발시 경부고속도로 교통량 증가도 예상된다"는이유로 반대했다. 환경부 중재 결과 2001년 12월 택지개발지구지정에 앞선 사전 환경성 검토 과정에서 합의된 안은 인구밀도 1㏊당 64명에 용적률을 100%, 즉 주택 1만9천700가구와인구 5만9천명의 저밀도 친환경 신도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건교부는 지난해 "연일 땅값이 치솟는 서울 강남의 대체 주거지로 개발되는 판교 신도시는 1만9천가구로는 강남 초과수요를 흡수하지 못한다"며 당시 여당인 민주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인구 밀도 1㏊당 96명에 용적률 150%, 즉 2만9천 가구건설에 인구 8만9천명이라는 변경안을 발표했다. 환경단체가 다른 사안에 매달리는 사이 건교부는 바뀐 계획을 밀어붙였고 최근에는 건교부 3급 공무원 등이 포함된 대규모 투기 세력이 경찰에 적발됐을 정도로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태다. 건교부가 사전 환경성 검토를 거쳐 개발계획을 승인받기 전에는 초저밀도 개발을 내세우다 올들어 환경영향 평가 단계에서 밀도를 50%나 올린 개발안에 동의하라고 요구하자 환경부는 난감해졌다. 한때 건교부의 '일방 행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건교부 스스로 환경영향 평가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지만 최근 환경부에 보낸 수정안도 녹지 비율을 30%에서 34%로 늘리고 소음차단 시설이나 차단 녹지를 늘리겠다는 것일 뿐 인구밀도 등 핵심쟁점은 바뀐 게 없었다. 환경정의와 녹색연합 등 5개 환경단체도 10일 성명을 내고 "건교부가 굳이 고밀화된 신도시 개발계획을 추진하려면 사전 환경성 검토부터 다시 받으라"며 "환경부는 건교부의 환경영향 평가 요청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곽결호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판교 신도시 건설계획은 이미 사전 환경성검토 단계에서 협의한 수준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답변했고 내년 상반기 판교 신도시 분양시기는 자꾸 다가오지만 막상 환경부의 고민은 끝날 줄 모른다. 환경부 관계자는 11일 "원칙은 여전히 1㏊당 64명이지만 아직 결정은 못 내렸다"고 말했다. 아예 사전 환경성 검토도 받기 전에 사전 공사를 해버리는 지자체 고발 문제도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국감에서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사전 환경성 검토 협의 전에 사전 공사가 진행된 건이 2002년부터 2년 간 88건"이라며 "이중 지자체 등 공공기관 관련건이 58건이고 사전 환경성 검토 협의 중에 사전공사를 강행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전 환경성 검토 협의를 하기 전에 사전공사를 하건 건교부처럼 나중에 딴소리를 하건 환경부로서는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 우 의원의 "지자체장을 고발하라"는 요구에 곽 장관은 "환경부가 사전 조치를할 테니까 지켜봐달라"고 답변했지만 '사전 조치'는 한정 없이 미뤄질 태세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단 사안의 경중을 가리기 위해 지방환경청에 실태조사 지시를 해놓았다"며 "조사결과를 보고 어떻게 대처할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