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네패스(회장 이병구)는 중소기업으로선 드물게 시장 장악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업계 최고 기업 삼성전자가 패킹 수요량의 5% 정도를 이 회사로부터 꾸준히 공급받는 게 이를 방증한다. 균일한 품질의 네패스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반도체 완제품 메이커와 마찬가지로 24시간,3백65일 공장을 가동한다. 이 회사는 충북 오창에 반도체 사업부,음성에 전자재료 사업부,경북 왜관에 클린룸 사업부를 둔 반도체 후공정 전문 업체다. 지난 90년 당시 LG반도체 생산기술센터장 출신 이병구 회장이 창업했다. '신제품''신사업''신인재'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 회장은 '손때 묻지 않은' 영역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처음 발을 들여 놓은 건 클린룸 부문.93년 싱가포르에 첫 수출 테이프를 끊었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이 회장은 반도체 후공정부문에서 미개척 분야로 점차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네패스의 범핑 공정은 LDI의 경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하고 있고,CIS 범핑은 네패스가 국내 유일 업체다. 화학공정 재료인 컬러필터용 디벨로퍼의 경우에도 네패스가 국내 유일의 공급 업체로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처음하는 비즈니스는 성공하면 나눠먹을 과실이 크지만,실패하면 후유증이 크게 마련이다. 그래도 신사업 분야에 '올인'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만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승대 상무는 "우리 회사의 사업 영역은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국내시장의 수요가 풍부한 게 특징"이라며 "이에 따라 독점 공급 제품은 판매가격이 안정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이익률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네패스는 올해 매출 9백20억원,영업 이익 1백98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제조 기술은 물론 브랜드 파워까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론 특허기술을 내다파는 초일류 기술집약형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네패스는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인건비를 줄일 요량으로 중국행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에서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