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지난 4일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한 뒤 세제와 세율 체계 등을 둘러싼 몇 가지 문제들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산세 누진단계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일반 서민들의 세부담이 오히려 늘어나는 점이나,경우에 따라서는 집을 한 채만 갖고 있는 사람이 여러 채를 소유한 사람보다 더 불리하게 되는 과세체계 등이 일부 불합리한 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는 납세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완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지만 기본틀 자체가 바뀐 재산세제에 납세자들이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최저세율 얼마나 내리나 이번 재산세 개편에서 논란이 되는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최저 세율을 내리느냐,마느냐 여부다. 정부는 당초 재산세 최저 세율을 내리지 않을 방침이었다. 당정 협의에서도 정부는 당에 재산세율 과표구간을 4단계로 줄이되 최저 세율은 지금처럼 0.2%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6∼9단계로 돼 있는 현행 재산세(건물분)와 종합토지세(부속토지분) 세율 체계를 통합해 재산세(지방세)로 2단계 세율(0.2%와 0.5%)을 적용한 뒤 일정액(국세청 기준시가 9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국세)를 2단계 세율(1.0%와 1.5%)로 부과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당정협의에서 재산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이 국세청 기준시가로 바뀌어 세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저세율을 내리지 않을 경우 일반 서민주택 보유자들의 세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당정은 재산세 최저세율을 0.1%로 내리고 누진체계도 3단계로 한 단계 늘리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 당정 협의 직후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이 "재산세 세율체계를 좀더 세분화하고 최저세율도 0.2%에서 낮추는 걸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저세율 인하는 저가주택을 포함한 모든 주택에 세부담 경감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정부는 인하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부가 최저세율을 0.1%로 내린다면 주택 재산세율은 과표구간에 따라 0.1%,0.3%,0.5% 등 3단계로 세분화될 공산이 크다. ◆다주택 보유가 더 유리? 재산세 누진체계로 인해 소유 주택의 재산가액이 같더라도 비싼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싼 집 여러 채를 갖고 있는 사람보다 세금을 더 내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재산세가 3단계 누진세율로 결정된다면 기준시가로 8억9천만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은 최고 단계의 재산세율이 적용돼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2억원짜리 아파트 세 채와 2억9천만원짜리 한 채를 가진 사람은 주택별로 각각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보유 주택가액은 8억9천만원으로 고가주택과 동일하더라도 싼 집 여러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 정부의 보유세 체계가 고가의 1가구 1주택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해 오히려 여러 주택 소유를 장려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종부세 도입취지 중 하나인 '다주택 보유자에게 세금을 중과하는 투기억제 정책'에 사실상 배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종부세 부과 기준도 허점이 많다. 극단적인 예로 기준시가 9억원짜리 아파트 한채뿐인 퇴직자는 과세 대상인 반면 기준시가 8억원짜리 집에다 공시지가 5억원짜리 나대지,39억원짜리 사업용토지 등 52억원짜리 부동산 부자는 종부세를 물지 않게 된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