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에 대해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선 기간 내내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밝혀왔던 푸틴대통령으로서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우호적인 양국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부시의 재선이 확정되자 "부시 대통령은 강한 정치인이자 안정되고 예상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부시가 재선된 만큼 양국 관계가 대립각을 세우는 방향으로 후퇴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분야는 대(對)테러 공조. 체첸 무장세력들의 테러활동을 소탕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국제적인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2001년 9.11 테러이후 테러리스트 척결을 놓고 일치된 목소리를 보여왔던 러시아로서는 부시가 재집권함에 따라 반테러 공조에 한목소리를 계속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연방회의(상원) 의장은 "부시의 재선으로 국제 테러리즘에대응하는 양국간 협력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9월 베슬란 학교 인질사건 이후 선거법 개정 방침 등으로 독재화 경향을 비난받아온 러시아 정부는 상대적으로 부시 정부가 케리 후보에 비해 러시아내정에 간섭하는 일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뱌체슬라프 니코노프 "케리의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러시아에대한 요구사항이 훨씬 많았다"면서 "부시의 재선은 향후 내정간섭을 줄일 수 있고반테러, 핵무기 비확산, 에너지 협력 등에서 보다 큰 협력을 이룰 계기"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집권 2기를 맞는 부시 대통령은 국제적인 문제보다는 자국의내정에 치우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만큼 푸틴 대통령의 국내외 정책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모스크바 전략연구소의 세르게이 오즈노비셰프 박사는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조용한 정치'를 펼칠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은 국제문제는 유엔 등에 주로 맡기고 국내 문제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4일 부시와 푸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만큼양국관계는 보다 안정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만일 케리 후보가 집권했다면 러시아의 개혁 지체, 자유 억압, 유코스 사태, 체첸 문제 등을 들먹이며불편한 관계가 초래됐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야당 인사들은 푸틴 대통령이 부시의 재선으로 인해 독재화 경향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리스 넴초프 '우파연합(SPS)' 당수는 "부시의 재선은 반테러를 위해 푸틴 대통령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인들의 인권과 자유를 희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