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번주 중 내놓을 예정이었던 '3·4분기 경기전망 보고서' 발표를 전격 취소,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분기마다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KDI는 3·4분기 전망 때는 다음 연도 성장률에 대한 첫 전망치와 당해 연도 수정 전망치를 내놓는다. KDI는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2월 초로 예정된 '4·4분기 전망'보고서에 담기로 했다. KDI측은 이처럼 내년 전망을 늦추기로 한데 대해 "신(新)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향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콜금리 인하와 '뉴딜적 종합투자 계획'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내년 5% 성장'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부정적 경기전망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DI가 경기전망 발표를 취소한 것은 외환위기가 터졌던 지난 1997년 4·4분기 이후 처음이다. KDI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내려진 지난 21일 전에 3·4분기 경기전망 작업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수도이전에 대한 위헌 결정과 정부의 '뉴딜적 종합투자 계획'이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 등을 좀더 시간을 갖고 분석한 뒤 12월 초에 내놓을 보고서에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KDI측은 밝혔다. 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대표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예정대로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시기를 늦추더라도 보다 책임질 수 있는 경기전망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뜻 납득하기 힘든 얘기"라는 반응도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수도이전 사업은 오는 2007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수도이전 계획이 변경된다 하더라도 내년도 경기 전망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도 "지난 3월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보다 훨씬 파장이 큰 사태였다"며 "KDI는 그 때도 예정대로 경기전망을 내놓았던 만큼 내년 경기전망을 연말 가까이로 늦춘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KDI가 내년 전망치 발표를 미룬 진짜 이유는 내년 성장률을 예상한 결과 정부 목표치인 5%보다 훨씬 낮은 수치가 나왔고,지금 시점에서 그같은 수치를 선뜻 발표하기가 조심스러웠기 때문 아니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김중수 KDI 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올해 경제성장률이 5%를 밑돌 가능성이 있으며,현재의 경제여건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5%대 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