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 정책이 월가의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주주 자본주의와 미국 행정부가 정책으로 수용한 주주 자본주의 차이를 파악하지 못한 무지에 비롯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삼성금융연구소 이상묵 상무는 27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자본시장 개방과한국경제의 진로'를 주제로 열린 '열린포럼' 2차회의에서 '주주 자본주의의 공과'라는 발표를 통해 "월가의 주주 자본주의는 주주의 이익보호 자체를 목적으로 하나 미행정부의 주주 자본주의는 기업의 투자와 성장 촉진에 기여하는 한도내에서만 소액주주 보호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 행정부 조차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월가의 주장에 대해 타당한 것인지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알고 받아들임으로써 '기형적인' 기업지배구조 정책이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정부 정책담당자들의 무지, 학자들의 무책임한 주장, 명분론 등으로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말이 금과옥조로 여겨지는 분위기속에 월가의 주주 자본주의를 여과없이 정책에 수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간 정책 협의 때도 미국 정부나 국제기구 당국자들은 자국에서는 정책으로 수용하지 않는 사항까지도 월가 투자자들의 이해를 반영해 우리측에 정책권고를 하고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에서는 박수치고 칭찬하지만 뒤로돌아서서는 비웃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본시장 개방차원에서 자유화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당초 취지는 경영권을 빼앗기지 않게 경영을잘하도록 유도하는데 있었으나 결과는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소극적 경영권 안정화노력에 치중하고 보수적 경영을 하게 만드는 것이 됐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주주배당 2조, 소각 4조, 추가매입 보유 2조등 총 8조원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데 투입했다"면서 "외국인이 많이 보유한 기업들은 경영권 불안으로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주가는 오르지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무방비 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출자나 금융회사 의결권 등은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기업들에게는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지적하고 출자나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은 결국 소극적이고 궁색한 대안인 만큼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위한 수단을 갖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연구원 차백인 부원장은 '외국자본의 금융시장 지배현상'이란 주제발표를통해 "올 상반기 현재 외국계 은행인 제일, 외환, 한미은행 및 외국은행 국내지점의은행산업 시장점유율이 총자산기준으로 30.8%에 달하고 있다"고 밝히고 "외국계 은행들은 수익을 크게 내려는 공격적 경영보다 리스크를 관리하며 안전자산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는 보수적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원장은 "외국자본의 은행산업 진출을 활성화시키되 자본의 선별, 감독 강화등으로 실익을 추구하고 국내 토종자본 육성으로 외국계와 국내계 은행이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주제발표 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삼성물산 김 신 상무는 헤르메스의 지분 확보사례를 인용하며 "경영권 위협은 머릿속에 있는 위협이 아니고 현존하는 위협이라는것을 정책당국에서 인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으며,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삼성물산 경영권을 왜 특정한 사람만 가져야 하는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을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DJ정부 때의 정책이 마구잡이로 도입됐던 것은 아닌지실증적 자료를 갖고 검토할 단계가 됐다"면서 "어설프게 알고 대충대충 나라경제를대상으로 실험하려 하거나 반기업정서를 악용해 자기발등을 찍는 줄 모르고 나서는경향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열린포럼은 시장개방 문제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이해제고와 사회적 합의를 위해전경련이 지난 3월 발족시킨 모임으로 이날 2차 회의에는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이재길 외교통상부 DDA 협상대사, 전경련 이규황 전무 등 정.관계 및 재계, 학계 등에서 3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