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대선이 공화당 조지 부시ㆍ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양자 대결로만 보이지만 역대 선거 때처럼 다양한 이념을 내건 군소정당 소속이나 무소속 후보들도 무더기 출마해 대선 레이스 완주를 다짐하고 있다. 135년 역사를 자랑하는 금주(禁酒)당의 얼 도지 후보(72)는 25일 "우리의 목표는 당선"이라고 장담하며 당선되면 1919∼1933년의 금주법을 재도입하고 이민법을강화하며 낙태를 금지하겠다고 공언했다. 6번이나 대선에 출마했고 평생 술을 입에 댄 적이 없다는 그는 "우리도 현실주의자들이며 제3당에서 대통령이 나온 적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그러나 입후보를 통해 우리의 이념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소속의 랠프 네이더 후보는 올해도 출마해 34개 주와 워싱턴 D.C 의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 민주당의 눈총을 받고 있다. 2000년 대선에서 네이더는 2.74% 를 얻어 박빙 승부 끝에 낙선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표를 갉아먹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당의 다이앤 템플린 후보는 미국이 많은 돈을 내면서도 작은 나라들에 비해충분한 발언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유엔 등 각종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템플린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출마하는 이유에 대해 "두 명의 악가운데 덜 나쁜 쪽을 고를 필요없이 대안을 선택할 수 있음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기초 작업"이라고 말했다. 또 평화자유당은 1975년 사우스다코타주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연방수사국(FBI)요원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인 아메리칸 인디언계 레너드 펠티어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이밖에 개인선택당은 작가인 찰스 제이, 전직 포르노 배우 매를린 체임버스를정ㆍ부통령 후보로 내세웠고, 헌법당의 마이클 페루카는 미국을 성서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군주공화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군소 후보들은 지난 15일 테네시녹색당의 주선으로 테네시주에서 공동 유세를했지만 부시ㆍ케리 TV 토론에 가려 전국적 조명을 받지 못했고, 50개 주 중 상당지역에서 투표 용지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제3당 출신이나 무소속 후보 중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후보는 개혁당을 만든 텍사스의 갑부 로스 페로로 1992년 대선에서는 19%, 1996년 대선에서는 9%의 지지를 얻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