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진 이후 처음 맞는 주말인 24일 전국에서 문을 연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풍경은 지역에 따라 사뭇 달랐다.




<< 사진 설명 : 인천 남동구 논현지구에서 9백85가구를 분양하는 신영지웰의 모델하우스는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방문객들로 크게 붐볐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위헌 결정의 직격탄을 맞은 대전지역 모델하우스는 분양이 마감된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썰렁했다.


상담원과 계약 해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방문객만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의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수도권과 대구 등의 모델하우스는 방문객이 넘쳐나 분양관계자들을 크게 고무시켰다.


기업도시 건설,대기업 이전 등의 탄탄한 개별호재를 갖고 있는 천안지역의 모델하우스도 평소와 다름없이 방문객들이 몰리는 등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였다.



# 수도권 예상외로 '북적'


지난 22일부터 문을 연 인천 5차 동시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활기찬 분위기였다.


지난 4차 동시분양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인천시청 맞은편에 마련된 신영 '지웰',신동아 '파밀리에' 등의 모델하우스에는 첫날 4천~5천명이 다녀간 것을 포함, 주말까지 약 1만5천여명이 방문했다.


회사 관계자는 "방문객이 몰리면서 모델하우스 밖까지 대기자들이 길게 늘어섰으며 주변 도로가 혼잡을 빚기도 했다"며 "헌재 결정의 반사이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5차 동시분양 아파트가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간석동,부평구,논현지구 등에 위치하는 데다 인지도가 높은 아파트가 공급된다는 점도 있지만 행정수도 이전 무산이라는 뜻밖의 '재료'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대전은 파장 분위기


대전 홍도동에 마련된 S사의 모델하우스.


25일 청약을 앞둔 모델하우스의 넓은 실내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안내 도우미 등 분양관계자들만 맥빠진 모습으로 삼삼오오 모여 걱정하고 있었다.


문의전화마저 거의 없어 마치 분양을 끝낸 모델하우스처럼 느껴졌다.


특히 지난 9월 청약에서 대거 미달사태가 빚어져 한달여간 분양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대전시 가오지구 내 한 모델하우스에는 하루종일 계약해지 문의전화만 이어져 분양관계자들을 더욱 힘빠지게 만들고 있었다.



# 천안.아산은 '무덤덤'


고속철도 천안·아산역에서 2.4km 떨어진 천안시 쌍용동 모델하우스 밀집지역.


이곳에서 지난 22일 문을 연 천안 쌍용동 'LG자이'의 모델하우스에는 첫날부터 방문객이 줄을 이어 회사측이 마련한 3천5백개의 증정품이 동이 났다.


헌재 결정의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했던 분양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날 1백만원의 계약금을 걸고 40평형대 아파트를 사전예약한 천안시 봉명동에 사는 문모씨(61)는 "천안토박이들도 하나둘 쌍용동과 불당지구로 옮기는 추세"라며 "대기업들이 옮겨오는게 행정수도 못지 않은 호재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 대전.공주는 가격하락 뚜렷


헌재의 결정은 대전·공주지역의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던 대전 유성구 노은지구 내 아파트의 매매호가는 평균 1천만~2천만원 떨어졌다.


노은1지구 인근 H부동산 관계자는 "23일까지는 시장 전망에 대한 문의가 많았으나 24일부터는 2천만원 가량 내려서라도 팔아달라는 매도주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아파트의 프리미엄(웃돈)도 급속히 빠지고 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대전 '한밭자이'의 분양권에는 5천만원 정도의 프리미엄 붙어 있었다.


하지만 위헌 결정 이후 프리미엄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으로 변했다.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수혜가 예상돼 청약 즉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던 조치원읍 신흥리 D아파트도 위헌 태풍에 웃돈이 거품처럼 날아갔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계약파기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대구는 반짝 호조세


지난 22일 대구 달성군에서 문을 연 삼성물산의 '달성 래미안 대곡'에는 주말 이틀 동안 2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려 분양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심정보 분양소장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좀처럼 살아나지 않던 시장이라 은근히 걱정했다"며 "30평형 이상 중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된 데다 평면과 단지 내 편의시설 등이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방문객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대전 천안 대구=김동민·김형호·조재길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