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가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출총제 대상 기업집단의 계열사들이출자규제 때문에 신규투자나 사업확장을 포기하고 경영상 애로를 겪고있다는 실증적사례가 제시됐다. 특히 출자비율이 높은 42개사의 투자 및 경영 애로 사례가 61건, 금액으로는 7조1천2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주장돼 25일 열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관련 국회 공청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출자규제 투자 막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출총제 규제로 인한 투자저해 및 경영애로 사례' 보고서를 통해 이달 초 출총제 대상 기업집단 계열사 329개사 중 출자비율이 높은 4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개사(92.9%)가 출총제로투자제약이나 경영상 애로를 겪고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들 39개사로부터 파악한 투자저해 및 경영애로 사례는 총 61건에 금액은 7조1천2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히고 "대부분의 기업이 구체적인사례를 모두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 출자규제 때문에 아예 투자계획을 검토하지 않거나 계획수립을 포기한 것까지 감안하면 출자규제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부작용은 그 크기를 추정하기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이어 출자규제에도 불구하고 폭넓게 인정되는 예외인정 조항으로 인해기업투자에 애로가 없을 것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장과 관련, "실제조사 결과예외인정이 기업투자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기업이투자계획을 검토.수립하고 초기투자를 하는데 2-3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3-5년간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이밖에 예외인정 기준이 불분명해 사전예측이 곤란할 뿐 아니라 예외인정 사업만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채택해 투자목적이나 내용이 유사해도예외인정을 받을 수 없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경련 제시 실제사례= 총 4천500억원 규모의 범양상선 매각과 관련, 해상수요가 많은 A사, 동종업종의 B사, 신규업종 진출을 모색해온 C사 등이 관심을 갖고인수여부를 검토했으나 모두 출자규제가 걸림돌이 돼 포기했다. 이들 기업은 범양상선의 외국인 지분이 10%를 넘어 외투(外投)기업으로 출총제적용 예외인정을 받을 수 있었으나 외국인들이 지분을 조만간 처분할 것이 확실시돼인수전에 참여하지 못했다. 건설장비 사업을 하고있는 D사도 사업확장을 위해 지난 해 매각절차가 진행중이던 건설기계업체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동종업종 출총제 예외인정 기준을 충족하지못해 입찰을 포기함으로써 매출 4조원대의 세계적인 건설장비 업체로 발돋움할 수있는 기회를 놓쳤다. 에너지사업 확장을 추진해온 E사는 외자기업과 합작으로 설립한 에너지 관련기업 F사를 통해 2011년까지 1조5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Z사에 대한 투자가 출자적용 제외를 인정받지 못해 회사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있다. 또 G사는 바이오 신약 등 생명공학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출자규제에 묶여 별도법인을 설립하지 못하고 사업부 단위로 사업을 하며 석유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을 활용해 생산한 신약의 반제품을 다국적 기업에 판매하는 수준에 그쳐고부가가치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다. 자산 4조원대의 H그룹은 출총제 대상에 오르지 않으려고 순이익이 발생하면 부채상환 등 자산감소 전략을 통해 총자산을 5조원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IT전문업체인 I사는 지난 2002년 J그룹에 인수되면서 출총제 적용대상이 돼 이전에 투자한중소기업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 많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K사의 경우 미국 L사와 합작으로 설립한 M사가 매년 꾸준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투기업 예외인정 기한 5년이 끝나면 지분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에처해있다. M사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려면 순자산을 출자금의 4배 이상으로 확충해야하나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며 이런 사정을 알고있는 L사는 K사의 지분을 싼가격에인수하려는 시도를 하고있다. 이밖에 N사는 석유화학 관련 원자재를 공급해온 중소기업 0사로부터 지분참여요청을 받았으나 O사가 벤처기업 등록이 안돼 출총제 예외인정을 받지못하는 점 때문에 거절했으며 결국 O사는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해 거래선과의 전략적 제휴에 차질을 빚었다. 또 중견 기업집단인 P그룹 구조조정본부는 계열사로부터 출자 예외인정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를 많이받고 있으나 예외인정도 3-5년의 기한이 지나면 출자분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출자를 통한 투자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