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지화자! 이렇게 좋을 수가." 보스턴 레드삭스가 20일(현지시간) 18년만에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자 보스턴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10-3으로 멀찌감치 앞서가던 9회말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던 보스턴 팬들은2사 1,2루에서 양키스의 대타 루빈 시에라의 땅볼이 보스턴 야수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믿기지 않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보스턴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 인근 술집에 삼삼 오오 모여 TV를 시청하던 시민수 천명은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제야 말로 밤비노의 저주를 풀 때가 됐다"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과 포옹하며 최고의 밤을 보냈다. 12회까지 이어진 4차전, 14회말에서야 승부를 가린 5차전, 역시 자정이 넘긴 시간에 끝난 6차전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느라 매일 밤 잠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던 보스턴 팬들로서는 최고의 선물을 받은 셈. 특히 보스턴이 도시 규모나 선수단의 총 연봉, 스타 선수 등 모든 면에서 한 수위인 양키스를 눌렀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눌려있었던 시민들의 자존심은 한껏 올라갔다. 3연패 뒤 4연승으로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쓴 보스턴의 팬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양키스 선수들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쳤고, 거리의 차량들은 '빵빵' 경적을 울리며 흥분을 발산했다. 일부 팬들은 펜웨이파크 앞에 서 있는 보스턴이 배출한 간판 선수 테드 윌리엄스의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몇몇 팬들은 기쁨에 겨워 가로등에 기어올라가기도 했다. 무리 속에 섞여 기쁨을 나누던 한 40대 중반의 남성은 "때로는 7점차 리드도 충분한 것이 아니다"면서 "번번이 '저주'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역전패에 울었던보스턴 팬으로서 끝까지 마음을 졸였지만 이번 만큼은 때가 온 것 같다"고 힘주어말했다. 78년 버키 덴트의 홈런, 지난해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7차전 연장11회에 터진 애런 분의 끝내기 홈런 등으로 보스턴이 연거푸 마지막에 침몰하는 것을 목격했던 팬들로서는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것. 이날 적진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결전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보스턴 팬들은1회초 챔피언십시리즈의 영웅 데이비드 오티스가 투런 홈런을 터트린 뒤 술렁이기시작했고 2회 '동굴맨' 조니 데이먼이 그랜드슬램을 작렬하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팬들은 경기가 끝나고서야 3연패 뒤 4연승이라는 보스턴의 기적에 마음껏 환호할 수 있었다. 반면 3연승 뒤 4연패로 월드시리즈 좌절이라는 치욕을 맛 본 양키스 팬들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제국의 몰락에 자존심이 구겨지며 침통함에 빠졌다. 경기장에서 양키스 팬들은 `1918'이라고 적은 마분지를 들어보이고 `저주를 깨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드는 등 `밤비노의 저주'를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모두 무위로 끝나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보스턴 경찰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보스턴 중심가인 켄모어 광장과 펜웨이 파크 부근에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