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11일 한국의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을 `비민주적 지도자였지만 국가를 발전시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를 방문중인 마하티르 전 총리는 이날 `민주주의와 아시아의 지도력'을주제로 한 대학강연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역설하면서 그 같이 말했다. 마히티르 전 총리는 "대부분의 아시아 지도자들과 아시아인들은 아직도 바깥에서 흘러들어오는 사상과 이념을 비판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아시아에 만연한서구 사대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많은 아시아인은 자신들이 유럽인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고, 유럽 중심적사고에 함몰돼 시혜적 시각에서 유럽인들을 우러러 보고 있다"며 "유럽 사대주의적시각을 가진 아시아 지도자들은 국민봉기나 테러 등의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 지도자들은 사상과 이념의 측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자존을회복해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외국 패권주의에 굴욕을 당하거나 국민들의 멸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이날 강연 후의 질의ㆍ응답 시간을 통해서도 "아시아인은유럽인이 문명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문명을 이룩한 한큼 유럽은 아시아에서 배워야한다"고 말하는 등 서구 비판적 독설을 이어갔다. 그는 "유럽 토착민들이 옷으로 동물가죽을 걸치고 있을 때 아시아인들은 이미복합적인 정부조직 체계를 갖추고 광대한 지역을 지배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30분간 이어진 연설의 대부분을 서구 민주체계의 결함을 지적하는 데 할애한 그는 "이론적으론 민주주의가 가장 훌륭한 지배모델"이라고 인정했지만 "거짓말쟁이나 `교활한 소수'가 권좌에 오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의 독특한 환경에 맞는 민주주의가 발전돼야 한다"고 지적한뒤 나라를 발전시킨 일부 아시아권 `독재자들'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이와 관련, 그는 "가깝고, 먼 과거에 있었던 비민주적인 아시아 지도자들은 실제로 그들의 국가와 국민을 근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박 전대통령과 중국의 덩샤오핑을 들었다. 지난해 10월 퇴진한 마하티르 전 총리는 22년간의 집권 중 언론통제, 정적(政適)투옥과 같은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말레이시아를 통치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말레이시아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싱가포르 AF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