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말 외환위기를 안고 출범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을 내걸었습니다. 그때 가장 놀랐던 사람은 아마 한국경제신문 가족들이었을 겁니다. 왜냐구요? 한국경제신문의 오랜 사시(社是)가 바로 '민주 시장경제의 창달'이었기 때문이었지요. 한경의 사시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국민의 정부 국정모토를 보면서 한경 임직원은 한편 반갑고 다른 한편 아쉬움도 컸습니다. 한경이 지난 1964년 10월12일 창간한 이래 일관되게 펴 왔던 이 주의.주장이 좀 더 일찍 정착되었더라면 외환위기 같은 사태는 피할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아쉬움은 참여정부 들어 오히려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시장경제 원칙을 굳건히 세워 밀고 나가면 해결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당국의 과욕과 인위적인 개입으로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꼬여가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반기업 정서나 반시장적 사고들에 대해 한경이 언제나 준엄한 비판의 필봉을 드는 것은 오직 시장경제 원칙만이 복잡하게 꼬여있는 국가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신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입니다. 이학영 경제부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