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를 둘러싼 불안요인이 증폭되면서 세계경제가 급격히 둔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지적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7일 '2005년 국제경제환경의 주요 리스크 점검'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 급등,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 중국의 경기위축 등을 내년 국제경제환경의 주요 리스크로 지적하고 국제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무역수직 흑자폭 감소, 국내소비 및 투자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기구와 기관에서 국제경제 환경의 위험을 감안해 내년 경제전망치를 하향조정 하고 있다고 밝히고 "국제경제환경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설정해 사전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제유가 급등 = 전경련 보고서는 현재 고유가 현상이 공급측면보다는 수요의 증가, 특히 중국경제의 지속성장으로 원유수요가 계속 늘고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내년에도 브렌트유 기준으로 평균유가가 43달러에 달하는 고유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산유국들이 유가하락을 우려, 유전개발투자에 소극적이며 물가수준을 감안한 80년대의 유가가 82달러로 아직도 상승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UBS워버그의 전망치를 인용, 유가가 45달러일 때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하락폭이 각각 0.4%포인트, 0.3%포인트에 불과하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평균도입 유가가 올해 34달러에서 내년에 45달러로 상승하면 GDP성장률이 1.5%포인트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클 뿐만아니라 GDP 1천달러를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원유의 양(t)을 나타내는 에너지효율이 0.30으로 일본 0.09, 독일 0.13, 미국 0.25등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 미국 경상수지 적자 확대 = 보고서는 달러화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이라크전 장기화에 따른 비용부담 가중으로 재정적자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면서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올 경상수지 적자는 약 6천억달러, 재정적자는 4천450억달러로 GDP 대비각각 6%, 3.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미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GDP의 3%라는 것이 정설이 돼온 만큼 경상수지 및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는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고서는 그러나 미국이 지금까지는 달러가치 하락을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해 왔으나 그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달러가치 하락보다는 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을 통해 '강한 달러' 정책을 유지하면서 대신 대미무역흑자의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한.중.일 3국에 대한 시장개방 및 정책협조요청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는 위안화 변동환율제 이행, 한국 및 일본 등에 대해서는 환율절상과 시장개방 압력을 병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 중국의 경기위축 = 이 보고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당국의 긴축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중국경제의 급격한 경기위축은 없을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나 중국경제가 연착륙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아시아 경제성장과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IMF의 전망치를 인용, 내년도 중국의 수입수요 증가율이 30%로 올해대비 10%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럴 경우 우리경제의 GDP 성장률이 0.6%포인트, 경상수지 흑자는 20억달러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 대응책 = 전경련은 이 보고서를 통해 "올해 4%대 경제성장이 현실화되면 우리경제의 경착륙은 지난 2.4분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유가나 해외경기가 예상치를 넘어 악화될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은 4%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외부충격에 단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고 장기적으로 대응하는 준비자세도 결여돼 있다"면서 "해외변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사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내년도 우리경제의 경착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등 기존시장의 수입수요 감소에 대비해 중동, 러시아, 유럽시장의 마케팅 노력을 강화하고△내수진작 및 소비불안 심리 해소 △해외 에너지확보를 위한 해외자원개발과 에너지효율성 제고를 위한 투자 △수출상품의 고부가가치화와 수입대체를 위한 부품소재산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