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가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의 과도적 침체)에서 벗어났다는 판단 하에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린다는 방침을 유지할 것임을 4일(이하 현지시각) 재확인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FRB 산하 연방준비은행총재와 통화정책이사들이 전미실물경제학협회(NABE) 연례총회 발언과 회견 등을 통해 이같은 낙관적 입장을 잇따라 표명했다고 4일 보도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앤서니 산토메로 총재는 이날 필라델피아에서 열린NABE 총회에 참석해 연설한 후 기자들과 만나 "미 경제의 장기적 확장 추세를 감안할 때 지금처럼 낮은 금리가 계속될 수 없다"면서 "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FRB 지도부는 성장을 자극하면서 인플레도 심화시키지 않는 이른바 중립적 금리를 미국의 경우 3-5%로 본다는 입장을 그간 거듭 표명했다. 따라서 지난 6월 이후 3차례 인상돼 1.75%로 상향조정된 연방기금 금리가 여전히 크게 낮다는 것이 FRB의판단이다. 수전 비에스 FRB 통화정책이사도 총회 참석 후 기자들에게 "지난주 나온 지표들을 볼 때 미 경제가 소프트패치에서 빠져나왔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3.4분기 성장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도 지난 3개월간 진정 추세를 유지했다면서 "이것도 미 경제에 또다른 좋은 신호"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가 실물경제학자 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 경제는 지난달 30일 종료된 3.4분기에 연율 기준 4% 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분기의 잠정 성장률 3.3%보다 개선된 것이다. 블룸버그는 3.4분기 추정 실적이 지난해 4.4분기의 4.2% 성장에 비해 떨어질지모르나 당시는 유가가 배럴당 평균 31달러를 조금 웃돌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50달러를 오르내리는 지금의 유가를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성장이 활발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 쪽에서는 여전히 경기 낙관론에 제동을 거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6.8로 전달의 98.7에서 하락했으며 미시간대 소비자체감지수 역시 같은 시간에 95.9에서 94.2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풀 총재는 블룸버그 회견에서 "소비 지표가 이처럼 약세를 보이는데는 `경기가 나쁘다'는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와분석이 잇따라 나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판단"이라면서 실물 경기를 제대로 반영하는 주택시장 쪽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상무부가 지난주 발표한 8월의 신규주택판매는 9.4% 증가라는 밝은 내용임을 상기시켰다. FRB측은 이와 관련해 지난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8% 성장하는 상황에서소비 지출이 1.6%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3.4분기의 경우 소비 증가율이 3.7%로 크게늘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추정치는 이달초 블룸버그가 실물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FRB와 월가의 관심은 유가가 앞으로 성장의 발목을 얼마나 잡을것이냐는 쪽에 모아진다. FRB의 벤 버난케 통화정책이사는 4일 금융관계 회동에 참석해 "고유가가 성장에장애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지금보다 유가가 더 폭등하지 않는 한 (미)경제가 그 충격을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토메로 총재도 "유가가 얼마나 더 뛸지가 문제"라면서 그러나 "경제가 과거에비해 효율성이 제고됐기 때문에 고유가가 근원 인플레를 부추길 정도의 파급력을 갖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FRB 인사들은 오는 8일 미 노동부가 발표할 9월의 고용통계가 주목된다면서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새로 일자리를 구한 인원이 15만명 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FRB가 향후 금리를 어떤 속도로 인상할 것인지에 주목한다. 이와 관련해 중론은 11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다시 0.25%포인트가 인상되며이후 지표에 따라 한차례 아니면 두차례 인상이 유예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들은 연방기금 선물 추이를 지적하면서 이것이 내년말까지 미 금리가 3.0-3.25%까지 상승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