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음료 농약 투입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수사본부를 구성, 본격 수사에 착수한지 8일째에 접어들었지만 주목할 만한 증거나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28일 "현재까지 특정 범행 대상이나 동기 등을 알 수 없어과학적인 수사기법에 의존하기 보다는 거의 전적으로 탐문수사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그나마 추석을 맞아 대부분의 문구점과 농약 판매상들이 휴무에 들어가는 바람에 여의치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차례를 마친 노인과 시민들이 공원을 찾는 이날 오후부터 공원이용객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본격화하는 한편 시민들의 제보를 유도하기 위해현상금을 내거는 방안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범인이 플라스틱 음료 병에 농약 `메소밀'을 주입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와 주삿바늘을 구매한 사람이 있었는지와 최근 원예용 살충제메소밀을 구입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50대 남녀가 떠난 벤치에 남겨진 음료를 일행과 나눠 마신 뒤 식중독 증상이 나타났다"는 피해자 김모(76.여)씨의 말에 따라 메소밀을 구입한 사람 가운데 김씨의 진술과 일치하는 용의자들이 있었는지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그러나 이번 연휴가 끝나면 주삿바늘의 종류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기대를 걸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육안 감식 결과로 볼 때 범행에 사용된 주삿바늘은 일반 의료용으로 보기에는 다소 큰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주삿바늘의 종류와 용도가 명확해지면 수사 방향이 구체화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농약 주입에 사용된 주삿바늘이 동물용이거나 학습용 주사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문구점 등을 상대로 주사기와 주삿바늘 판매에 대한 탐문을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대구시내 23개 등록 농약 판매상들 가운데 지금까지 21개소를 상대로 용의자들의 메소밀 구입 여부를 확인했지만 단서를 찾는 데 실패, 연휴가 끝난 뒤부터는 나머지 2개소와 함께 23개 농약판매상에 대해 재탐문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이번 사건이 공원 안에서만 발생한 점으로 미뤄 공원 관리소측이나 공원 이용객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소행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공원관계자 등에 대한수사도 보강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 13명 가운데 유독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음료3병을 모두 마신 노숙자 전모(63)씨만 숨진 점 등으로 미뤄 범인이 누군가를 살해할목적보다는 또다른 목적을 가졌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한무선 기자 duck@yna.co.kr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