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과 권노갑(權魯甲)전 민주당 고문이 지난 2000년 12월 정 장관의 권 전 고문에 대한 `2선후퇴' 요구파문 이후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정 장관은 23일 오전 김태랑(金太郞) 전 의원과 함께 시내 삼성 제일병원을 찾아 구속상태에서 지병인 당뇨와 각막염 치료를 받고 있는 권 전 고문을 만나 위로하고 해묵은 앙금을 풀었다. 정 장관은 자신의 정계 입문을 도와준 권 전 고문에 대해 "이끌어준 데 대해 고마움을 갖고 있다"며 "저에 대해 마음에 섭섭한게 있으면 다 털고 건강을 잘 돌보시라"고 말했다. 이에 권 전 고문은 "정 장관에 대한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정장관이 뜻한 바대로 잘 되기를 바라고 마음으로 후원하겠다"고 말했다고 김 전 의원이 전했다. 정 장관은 지난 2000년 12월2일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초선의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권 전 고문의 2선 후퇴를 요구했고, 이는 권 전 고문의 최고위원직 사퇴와 민주당의 쇄신파동으로 이어져 결국 분당에까지 이르는 단초가 됐다. 정 장관은 이후 개인적으로 권 전 고문의 자택을 찾기도 했으나, 권 전 고문이면담을 거절하는 등 두 사람 사이에는 오랫동안 불편한 관계가 유지됐다. 면회가 끝난뒤 정 장관은 측근을 통해 "추석을 앞두고 권 전 고문의 건강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간 것"이라며 "당뇨 합병증으로 발가락 10개가 모두괴사 증세를 보이고 있어 대단히 마음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동행한 김 전 의원은 "어제 정 장관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 자리에서 우연히 권전 고문이 지난 17일 치료차 병원에 입원중이고 오늘 재수감된다는 얘기가 나와서면회를 가기로 했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같지 않게 좋은 분위기였다"며 "정치를하다보면 서로간에 마음 상할 때도 있지만 툭툭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李姬鎬) 여사도 지난 6월13일 삼성 제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권 전 고문을 비공개로 면회하고 "권 전 고문의 결백을믿는다"며 위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