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거래시장이 붕괴직전으로 치달으면서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역전세대란"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어렵사리 마련한 내집으로의 이사를 꿈꿔온 서민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이다. 이사를 못가다보니 새 아파트의 입주율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흑자도산을 우려하는 까닭이다. 또 거래시장이 마비되면서 중개업계는 고사위기로 몰리고 있다. 주택시장의 3대 축인 소비자.중개인.공급자가 동시 붕괴상황에 직면해 있는게 현 주소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의 장기화로 발생한 거래시장 마비가 서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취득·등록세 및 양도세 등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거래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매·전세시장 초토화돼 주택거래신고제와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주택거래 시장은 마비상태로 빠지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주택거래신고제가 처음 실시된 이후 8월 말까지 4개월간 6개 지역(강남 강동 송파 용산 분당 과천)의 거래 건수는 총 9백76건에 불과하다. 이는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이전인 지난 3월의 강남구 한달 거래 건수(1천4백54건)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거래 시장의 동맥경화는 역전세 대란을 증폭시켰다.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둔 주택 소유자들이 '팔리지 않는' 집을 전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다 2∼3년 전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전세 물량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 여파로 전세 가격이 매매가의 20%에도 못 미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지난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용인 죽전지구에서는 3억3천만원짜리 아파트의 전셋값이 5천7백만원까지 떨어졌다. 이 집 주인은 이 전세금으로 겨우 잔금을 치렀다. ◆주택시장 침체로 서민들만 고통 거래 위축과 역전세 대란으로 주로 서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집 한 채가 전재산인 서민들은 집이 팔리지 않자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새 집으로 이사가지 못하고 있다. 또 어렵사리 새 아파트를 마련한 전세 세입자들은 전세가 나가지 않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분당 구미동에 사는 박현수씨(37)는 전세로 내놓은 집이 넉달째 나가지 않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다. 아내와의 맞벌이 끝에 어렵사리 죽전지구에 33평형짜리 내집을 마련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이사를 못 가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살고 있는 24평형 아파트 전세(1억2천만원)를 빼서 잔금을 치러야 하지만 지난 6월 내놓은 집이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다. 박씨는 매달 꼬박꼬박 내는 월 70여만원의 잔금 연체료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민다. 더 이상 자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분양권이 가압류당하거나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서민들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 34평형 아파트를 2억9천만원에 분양받은 한 주부는 잔금을 치를 수 없어 분양권을 매물로 내놨으나 5개월째 팔리지 않고 있다. 이 주부는 내집 마련의 꿈을 접고 계약을 해지키로 했다. 분양가의 10%인 계약금 2천9백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지만 중도금과 잔금에 대한 연체 이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거래 시장 붕괴로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건설사들도 대량 흑자도산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형호·서욱진·조재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