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파장이 큰 금융관련 핵심 현안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적대적 M&A(인수합병) 방어책,2단계 방카슈랑스,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자격요건 등이 대표적 현안들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 재경부가 "적극적"인 자세라면 금감위는 윤증현 위원장을 중심으로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양측은 이 같은 차이가 "시장과의 거리"에서 생긴 것일 뿐 근본적인 견해차나 공조체제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측의 이견이 노출될때 정책 취지가 변질된 선례도 있어 시장에선 걱정스런 시선이 없지 않다. ◆적극적인 재경부,신중한 금감위 견해차가 가장 큰 현안은 2단계 방카슈랑스(자동차보험 등을 은행에서 판매) 시행문제. 이 부총리는 지난 10일 금융연구원 초청 조찬강연에서 "2단계 방카슈랑스는 금융서비스의 다양화와 자율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금융산업에서 과거 칸막이식 영업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2단계 방카슈랑스를 예정대로 추진할 뜻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같은 날 출입기자 세미나에서 "은행의 우월적 지위가 남용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중소 보험사들의 견해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며 "시행시기를 예정대로 할지,연기할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적대적 M&A 방어책도 마찬가지.재경부는 작년 말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격 이후 국내 기업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시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재계 주장을 수용,적대적 M&A 방어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연구용역을 토대로 선진국에 있지만 국내에선 시행되지 않고 있는 M&A 방어책 도입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지난 9일 대한상의 주최 조찬강연에서 "특정한 적대적 M&A 방어책이 선진국에 있느냐 없느냐보다는 한국 실정에 맞느냐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견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적대적 M&A 방어책을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연결,대주주를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차원에서 검토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여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봉합·타협보다는 공론화 이뤄져야 금감위 관계자는 재경부와의 이견에 대해 "금감위가 시장을 반영해 의견을 표명한 것이 확대해석된 것일 뿐 양 부처간 시각차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 CEO 자격과 관련,"이 부총리가 내·외를 가리지 않는 합리적 금융회사 CEO 탐색과정을 주문한 것이 잘못 전달돼 윤 위원장과 마찰이 생긴 것처럼 비쳐지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부처간 이견 노출이 제대로 된 정책결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PEF(프라이빗 에퀴티 펀드) 관련법 논의 과정에서 재경부와 공정위·금감위가 얽혀 싸우면서 기형적인 PEF가 생겨났듯이 증권·보험 관련 정책도 변질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당초 재경부는 은행에는 규제 예외를 둬 토종자본이 PEF를 만들어 국내 은행 인수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었으나,공정위·금감위와의 이견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지분소유 제한과 의결권 제한이 가해져 국내 은행 인수가 불투명하게 됐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