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급여를 대신해 내년 도입될 퇴직연금의 규모가 보수적 가정하에서도 오는 2015년까지 189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같은 액수는 현재 전체 자산운용사 수탁고에 버금가는 수준이어서 퇴직연금제도가 자산운용산업과 자본시장 발전에 큰 축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증권연구원은 12일「퇴직연금과 자본시장」보고서에서 내년말 전체 퇴직금의 20%를 퇴직연금으로 전환하고 매년 5%씩 추가전환한다는 시나리오하에서 퇴직연금 규모를 이같이 추정했다.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평균 4%씩 성장하고 물가상승률이 3%라는 전제하에 지난해 162조원선인 임금총액이 2000년 이후의 두 자릿수 증가율은 물론, 8.14%인 지난해 증가율보다 낮은 7%씩 성장한다는 것과 가입 근로자들의 퇴직전 조기인출이 없다는 가정하에 이뤄진 추정이다. 2015년 퇴직연금 규모를 현재가치로 환산해도 145조원선으로 지난 9일 현재 전체 자산운용사의 주식.채권 등 증권펀드 수탁규모 109조7천50억원을 크게 능가하며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파생상품 등 기타 전체 수탁고를 합한 173조8천120억원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증권연구원은 이같은 대규모의 자금이 주식 및 채권시장 투자로 이어질 경우 자본시장의 규모확대와 자산운용업 발달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세계 5위의 펀드시장인 호주도 2002년말 현재 전체 펀드시장의 3분의2가 퇴직연금"이라며 "선진국의 예로 볼 때 사내에 유보됐던 퇴직급여충당금이 퇴직연금으로 사외유출되면 대부분이 장기 자본시장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미국 증시의 1990년대 활황 원인으로 정보기술(IT)산업발달과 기업의생산성.투명성 제고 등도 거론되지만 퇴직연금 규모확대와의 관련성도 매우 중요했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 역사가 일천한데다 몇몇 회사를 제외하면 규모도 영세한 자산운용사들이 대규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고광수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대한 연금시장을 놓고 자산운용업은 물론, 은행,보험사들도 강도높은 경쟁을 벌일 전망이지만 퇴직연금의 성격과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자산운용업이 가장 적합하다"며 "그러나 영업력이 우월한 은행,보험사의존재로 자산운용사들은 이중 50% 이상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도입의 주된 목적은 자본시장 육성은 아닌만큼, 퇴직연금 관계법령과 감독규정 등을 강화해 믿고 맡길만한 펀드를선별하고 최소한 현 공모펀드 수준을 넘는 투명성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