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량강도 김형직군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구름 속에 가려져 있으나 우선 핵실험 혹은 핵폭발 등 핵 관련 사건이거나 사고, 둘째 미사일 관련 사고, 셋째 군수공장 폭발 등 3가지 가능성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핵 관련 사건이거나 사고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 정부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으며, 북한 사정에 정통한 내외소식통들도 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어 미사일 사고거나 군수공장 폭발일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핵관련성 희박 = 미 국무부는 량강도 폭발 발생 사실이 전해진 12일 이 폭발이 핵폭발이나 핵실험 때문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pretty sure)" 아직 폭발의 실체에 대한 구체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우리는 이런 종류(핵실험)의 실험이 실시됐다는 아무런 징후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이번 폭발이 핵실험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폭발사고장소인 김형직군이 경우 백두산 부근의 북-중 접경지대에 있는 데다 지금까지 핵실험 징후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오늘 오전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폭발사고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며 "그러나 문제의 장소가 산으로 둘러싸여 철길이 지나는 곳이고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장소인 만큼 핵실험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장관도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량강도 폭발이 핵실험과는 무관한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사일 사고설 = 미사일 사고 가능성은 미국 언론이 먼저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인터넷판에서 이번 사고가 핵 실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미사일 관련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실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핵 실험이실시될 만한 지역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었다면서 이번 의문의 폭발이 일어난 김형직군은 미국이 주목하던 곳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의 정보 소식통들도 미사일 사고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폭발 지점 인근에서 최근 대포동 미사일을 운반하는 트레일러가 발견됐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혀 이번 폭발이 미사일 관련 사고일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 폭발 장소가 로동 미사일 기지가 있는 영저리와 멀지 않은 곳인 점도 미사일관련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 정보 당국은 김형직군의 산악지대인 영저리에 로동1, 2호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기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군수공장 폭발설 = 가장 늦게 제기됐지만 가장 설득력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보 소식통들은 폭발 지점 인근에 북한의 병기연구소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군수공장이나 무기고 등이 폭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폭발 당시의정황이 화약류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폭발로 인한 지진 징후가 2차례 관측됐다는 점에 비추어 1차 폭발에 이은 2차 폭발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추측을 낳고 있다. 버섯구름 형태의 엄청난 연기가 발생한 것이 위성으로 관측됨에 따라 화약류 폭발로 인해 산불이 크게 번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형직군이 산악지형인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CNN 역시 산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방송은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의 핵시설들 중 최북단 지역에 위치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밝히고 "위성에 포착된 북한 상공의 버섯구름은 핵 폭발에 의한 것이 아니며 산불 때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