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한 손으로 야무지게 햄버거를 먹는 모습으로 지지자들 사이에서 '천바오'라는 별명을 얻은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이 개혁신당을 '동물원'에 비유했다. 그는 "'너네 입만 살아서 떠들더니, 정말 잘하는지 보자'는 마음으로 국민이 우리를 동물원에 넣어둔 것"이라며 "우리를 '멸종위기종'으로 만들 것이냐,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만들 것이냐는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고 했다.

천 당선인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경닷컴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소신', '국민'이라는 단어를 가장 자주 언급했다. '이 당도 저 당도 다 싫다'는 국민들의 표를 얻어 '개혁신당 비례대표 2번', 사실상 국회에서 300번째로 당선인이 된 만큼, 국민의 뜻을 받들어 소신있게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로 해석됐다.

천 당선인은 국내 최고 로펌 중 하나에 소속됐던 '엘리트 변호사' 출신이지만, 오랫동안 정치를 꿈꿨다고 했다. '내로남불과 위선' 논란으로 정치권을 강타했던 '조국 사태'와 정치인 이준석의 급성장을 보며 예상보다 빨리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결국 본격적으로 '정치밥'을 먹은지 4년 만에 '금배지'를 다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1986년생의 젊은 정치 정치인인 그는 "지금이 대한민국이 '고점'이거나 '멸망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미력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에는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젊은이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겼다.

9살 아들을 둔 아빠이기도 한 천 당선인은 "제 정치적 키워드 '미래와 지방'"이라며 "저는 아들이 이민을 안 가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것은 아들이 지방에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경제 관련 상임위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3석의 소수 정당으로 시작하지만, 개혁신당은 수권정당을 꿈꾼다. 천 당선인은 "이준석 대표(당선인)가 정치적으로 가장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이 안철수 의원이기 때문에, 독자 생존의 길로 가지 않을까?"라며 2~3년 뒤를 단언할 순 없지만, 대선에서도 독자 후보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천하람 당선인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준석, 처음엔 '찐따·너드'라고 생각해…내겐 자극 됐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 /사진=변성현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 /사진=변성현 기자
Q. 엘리트 변호사 출신인데, 정치를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

"저는 어릴 때부터 정치를 하고 싶었다. 대한변협에서 최연소로 법제이사를 하기도 했다. 법제이사는 국회에서 법률안을 만들 때 의견을 제시하고, 의원들과 토론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도권 정치와 연을 만들게 됐다. 결정적인 계기는 조국 사태였다. 조국 사태를 보면서, 촛불 혁명에 성공해서 집권했다는 세력도 결국 내로남불과 위선으로 뭉쳐있다는 것을 봤다.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서, 계획보다 빨리 뛰어들게 됐다. 이준석의 급성장도 자극이 됐다. 처음 이준석이 등장했을 때, 저는 '저런 찐따같은 이상한 너드를 젊은 사람 대표랍시고 불러놨냐, 금방 없어지겠지' 했는데 확실히 정치밥 먹으니 성장하는게 눈에 보였다. 정치도 전문 분야이고,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갈 때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Q.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됐다. 소감은?

"국민들이 변화의 불꽃을 남겨주신 것 같다. 개혁신당이 더 잘돼서 교섭단체가 되고 그랬으면 너무 좋았겠지만, 그렇게 안 됐더라도 이준석, 천하람, 이주영이라는 괜찮은 불꽃을 남겨주셨다. 저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김재섭·김용태 당선인을 봐도 이번 22대 국회가 정치 세대교체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기대도 갖게 된다. 또 아슬아슬하게 300번째로 문 닫고 당선됐는데, 그러다보니 당선의 소중함을 많이 알게 됐다고 할까. 한 표 한 표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Q. 개혁신당이 지역구에서 한 석, 비례 두 석을 얻었다. 대단하기도, 아쉽기도 한 성과다.

"아주 만족스럽진 않지만, 의미있게 생각한다. 개혁신당은 그래도 '소신파 정치인'의 모임이라는 나름의 캐릭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진영 논리가 더 강해지는 상황 속에서, 3석을 가진 소신파 정당이 어떤 움직임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책임감이 크다. 지금은 국민들이 (개혁신당을) 동물원에 살려놓으셨다고 생각한다. 제가 '천바오'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너네 입만 살아서 떠들더니, 정말 잘하는지 보자'는 마음으로 국민이 우리를 동물원에 넣어둔 것이다. 국민이 우리를 '멸종위기종'으로 만들 것이냐,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만들 것이냐는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

"개혁신당은 중도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포괄하는 정당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 / 사진=변성현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 / 사진=변성현 기자
Q. 개혁신당이 '여권'인지 '야권'이지 여전히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범야권이다. 저는 보수 정당이라는 표현도 별로 안 좋아한다. 전략적으로도 보수 정당이라는 표현이 좋지 않은 게, '국민의힘 2중대' 느낌을 준다. 저희는 중도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포괄하는 정당이다. 종북도 안 하고, 주류 시장경제, 시장 경제 논리를 위반하는 것도 안 하려고 한다.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세대 부담 완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많은 부분에서 중도 보수 성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당에는 민주당 출신인 이원욱·조응천·양향자도 있다. 그 분들은 온건한 진보 정치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보수 스펙트럼에 갇힌 정당은 아니다."

Q. 당내 민주당 출신 의원들의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앞으로 이들의 역할은?

"당원을 모아야 한다. 현재 개혁신당 당원의 구성을 보면 대부분 이준석 대표가 좋아서 가입한 이들이다. 저도 제 당원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이 당이 다양해지고 풍요로워진다. 이번 전당대회를 보면 허은아 대표와 이기인 최고위원, 두 분 다 이준석 색깔이 강하단 평가를 받았다. 지금 당원 구성상 자연스럽다. 우리가 그렇다고 이준석 대표 좋아서 온 당원을 떠나가라고 할 게 아니라, 스펙트럼을 늘려야 한다. 국민의힘은 스펙트럼을 점점 잘라내면서 정치를 한다. 이준석 잘라내고, 나경원·안철수·유승민을 쳐낸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실수나 실패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거꾸로 하면 된다. 이준석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조응천, 천하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오게 만들어야 한다."

Q. 22대 국회에서 개혁신당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잘한 건 칭찬하고, 못한 건 비판할 거다. 그 주체가 윤석열 대통령이든, 이재명 대표이든, 심지어 조국 대표이든 마찬가지다. 지금으로서는 윤 정부가 민심에 역행하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실수를 넘어 완전 폭주하면서 폭망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권력형 비리가 의심되는 채상병 특검, 긴건희 특검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함께 견제하고 심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답정너'식으로 무조건 야권과 뭐든 다 같이 하진 않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국민 25만원 지원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연금 개편과 관련해서도 미래세대 부담을 굉장히 중시하는 입장이다.

개혁신당은 정책적 면에 있어서 우리의 목소리를 확실히 낼 거다. 그래서 특히나 젊은 세대, 미래 세대 관점에서 볼 때 '개혁신당이 용기 있는 진취적 정당이구나'를 느끼게 할 것이다."

Q.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권에서는 '탄핵'을 말하는데, 이것이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나?

"거부권 행사 그 자체가 탄핵 사유는 아니다. 다만, 국민들은 권력을 가지고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를 굉장히 싫어한다. 그게 들통이 나면, 위태로운 지경까지 갈 수 있다. 채상병 특검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초반부터 대통령의 권력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 지시의 변화, 수사 방향성의 변화 같은 게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국민들이 싫어하는 '권력형 외압' 사건으로 가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거부권 행사도 (대통령) 본인의 잘못을 덮기 위한 은폐의 일환으로 사용된 게 아니냐, 그런 면에서 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대통령도 수사 대상인데 '수사 결과를 보고 미흡하면 특검하겠다'는 말은 할 말씀이 아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면 할수록 더 늪에 빠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이 대한민국 '멸망의 시작' 되지 않도록 힘 보태겠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 / 사진=변성현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 / 사진=변성현 기자
Q. 22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는 뻔한데, 현실적으로 더 안 좋아질 것 같다. 저는 모든 당선인들의 초심은 모두 '우리가 사는 공동체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진영 논린에 갇힌다. 한두 번 거기에 편승하고,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식으로 넘어가면 어느 순간 '내가 이러려고 정치를 했나'하는 허탈감을 느낌 지점이 있을 것이다. 사석에서 그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럴 때 저는 개혁신당을 꼭 성공시키고 싶다고 생각한다. 진영 논리에 편승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점점 더 많은 의원들이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는 22대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

Q. 국민의 대표로서 22대 국회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제 정치적 키워드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래와 지방'이다. 저는 아들이 9살인데, 아들이 이민을 안 가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것은 아들이 지방에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출산을 얘기할 때 지방을 빼놓을 수가 없다. 수도권 집중화로 집값이 올라가면서 출산도 점점 어려워진다. 지방 소멸을 해결 안 하면 저출산 문제 해결도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지방 거점 국립대 부활도 중요하다. 옛날엔 서울대에 못 가면 지역 거점 국립대에 간다는 사람이 있었다. 지역에서 고른 최고급 인재를 지역에서 지킬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선순환 사이클이 다 깨졌다. 지역에서 고급 인재가 배출된다는 확신이 없으니, 지역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가져갈 수도 없다. 지역의 기업 인센티브나 창업 지원, 이런 것에 돈을 쏟아 붓고, 지역 거점 국립대가 지역의 인재를 지켜내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자율성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많이 챙겨보고 싶다. 그 외에도 지금이 대한민국의 '고점'이거나 '멸망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미력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

Q. 4년 뒤를 이야기하긴 이르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다시 순천에 출마하나

"그렇다, 다만 확언하지는 않고 있다. 이준석 대표처럼 되고 싶다. 전국 어디에 출마해도 당선권에서 경쟁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그 정도면 순천에서 당선도 가능하지 않을까.

다만 저는 임기 초에는 비례대표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려고 한다. 전국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의정활동 과정에서 순천과 호남에 도움이 되는 역할이 있다면 할 것이다. 전국적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 순천 유권자들 눈이 굉장히 높아서, (전국 정치인인) 이정현 전 의원 정도 아니면 선택을 안 해주신다. "

Q. 개혁신당은 다음 대선에서 자체 후보를 낼 생각인가?

"당연히 그렇다. 안철수 대표가 너무 쉽게 단일화 압박에 굴하지 않고 정치를 계속 잘 했다면, '3당'이 자리잡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다. 물론 제도 자체가 불리하다. 대통령제, 소선거구제고, 결선 투표제도 없다. 국민들도 새로운 당에 마음을 못 여시는 게,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그 의구심을 극복하고 (총선, 지선, 대선 등) 한 사이클을 다 돌았을 때, 국민들이 저희를 보는 눈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걸 보고 싶다. 한 사이클 열심히 돌고 나서 다음 총선에서는 국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걸 선보이고 싶다. 정치는 생물이니 2~3년 뒤를 단언할 순 없지만, 이준석 대표가 정치적으로 가장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이 안철수 의원이기 때문에, 독자 생존의 길로 가지 않을까?"

Q. 희망하는 상임위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역시나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 딱지를 떼고 미래와 경제를 더 책임지는 정치인의 길로 본격 가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 관련 상임위를 희망하고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