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오만희씨(33)에게 2004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인생의 새로운 전기가 됐다고 할까. 그는 원래 돈을 최고의 선으로 추구하며 벤처에 몸을 담은 보통의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웰빙 바람을 타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웰빙족'으로 대변신했다. 요즘 우리 사회 흐름은 '웰빙''디지털''머니(money)' 세 단어로 크게 요약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오씨가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웰빙'(우리말로 참살이)이 최고로 꼽힌다. IT분야에서 각광받는 '모바일'이나 향후 '유비쿼터스'(온 세상이 모바일 컴퓨팅으로 연결되는 것)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그 종국적인 목표는 '웰빙'일 가능성이 높다. 유비쿼터스란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봤는데 화장실 문고리가 체온을 측정하고 화장실 변기가 소변을 분석해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즉시 확인해 주는 기술을 말한다. 이상이 있다면 바로 그 결과가 주치의에게 모바일로 전송된다. 오씨는 '웰빙'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믿는다. 오씨가 웰빙 트렌드에 자신을 싣기로 한 것은 올초.작년까지만 해도 그는 웰빙이 '몸짱 아줌마'와 자신을 가꾸는 남성인 '메트로 섹슈얼' 스타일이 잠깐 만들어 낸 유행인 줄 알았다. 하지만 상당기간 지속될 우리 시대 키워드란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웰빙투어상품,옻사료를 먹인 웰빙고기,녹차양말 등 웰빙양말,새집증후군을 예방한 웰빙아파트,웰빙 예금상품,웰빙 주방가전…'.그뿐 아니다. 한강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에서 한 걸음 나아가 성북천 정릉천 성내천 등 정비작업이 진행 중인 서울시내 개천의 주변 아파트도 조망권 프리미엄이 붙는다. 대학에서는 '요가와 자아탐구''향기요법의 세계' 등 웰빙 강좌가 정식과목으로 개설되고 있고 병원 경영의 주요 개념도 '웰빙,글로벌,유비쿼터스' 등으로 변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쏟아지는 이러한 웰빙 열풍은 결국 오씨의 생활패턴까지 바꾸고 말았다. 이제 그는 마음의 평정과 삶의 여유,건강을 최우선시하는 스타일의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의 하루는 새벽 5시 집근처 국선도장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개성을 살리고 싶어 요가 대신 국선도를 선택했다. 힘찬 구령에 맞춰 스트레칭을 하고 단전호흡으로 기운을 돌리다 보면 시계는 어느덧 6시15분을 가리킨다. 아침식사는 8가지 곡물로 만든 생식에다 껍질째 먹는 과일로 가볍게 한다.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관계로 그의 업무시간은 하루 10시간으로 상당히 긴 편이다. 그래서 그는 근무환경이라도 웰빙형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 사무실 곳곳에 큰 화분 3개와 작은 화분 5개를 올려 놓았다. 뭔가 음이온이 나와서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과음 과식은 웰빙의 최대 적이다. 그는 부서회식이나 소모임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앞장서 예약을 도맡는다. 소주보다는 와인을 권유하는 음식점을 찾아 주인과 입을 맞춰 놓는다. 그 날은 꼭 와인에 삼겹살을 먹고 기분좋게 집으로 향한다. 오씨는 오는 11월 중순 결혼을 앞두고 있다. 가끔 주말에는 예비신부와 함께 온천이 있는 지역으로 차를 몰고 가 3시간 정도 트레킹을 하고 온천물에 몸을 푼다. 오씨는 "신혼살림을 차릴 아파트가 지은 지 2년이 채 안돼 새집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씨는 다행히 예비신부도 웰빙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저 사치로 느껴지는 웰빙이 아니라 각박한 현대인의 삶을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삶으로 전화시키는 웰빙에 서로 공감한다"며 흐뭇해 한다. 오씨는 "요즘 벤처기업이 쉽지 않고 30대 초반 직장인들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웰빙은 이런 가운데서도 충분히 추구할 만한 가치를 지닌 우리의 미래란 생각을 해본다"며 말을 맺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