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어머니에 의해 쌀 두가마니에 시집 보내진 13살 어린 신부가 결혼생활에 적응 못해 2년만에 가출했으나 결혼 파탄의 일차적인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30년만에 이혼할 수 있게 됐다.

춘천지법 가사단독 정원진 판사는 아내 A(45)씨가 남편 B(57)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라"며 27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강원도 춘천에 살던 A씨는 3살 되던 해 어머니가 사망하자 아버지에 의해 이웃에 양녀로 보내지게 된다.

양어머니는 A씨가 13살 되던 해인 73년 A씨보다 12살 많고 시력 장애가 있는 B씨에게 A씨를 시집 보낸다.

A씨를 시집 준 대가로 양어머니가 받은 것은 쌀 두가마니, 당시 돈으로 5만원 정도였다.

이듬해 딸 하나를 낳고 살던 A씨는 그 다음해인 75년 결국 어린 나이에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해 가출했고 이후 30년이 다 되도록 B씨와 별다른 연락 없이 지내왔다.

한편 B씨는 A씨가 만16세가 되는 때를 기다려 76년 A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A씨는 뒤늦게서야 혼인신고가 된 것을 알고 B씨와의 법률상 부부관계를 정리하려고 마음 먹었으나 B씨와 협의이혼에 실패, 지난 3월 법원에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통 배우자 중 한 사람이 가출해 결혼생활이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한 경우 가출한 당사자를 결혼 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로 보고 이에 따라 이혼 청구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노력을 등한시한 채 가출한 원고에게도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당시 원고가 처한 상황에서 그런 노력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쌀 2가마니의 대가와 스스로 결혼 여부를 결정하지도 못한 채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거나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13세의 원고와 결혼한 피고에게 혼인생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춘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