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정부는 26일 파나마가 쿠바계 반체제 인사들을 사면한데 반발해 파나마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양국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 암살음모와 관련된 혐의로 파나마에 수감된쿠바계 반체제 인사 4명의 석방 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어 왔다.

쿠바 정부는 파나마가 이들을 사면한뒤 2시간만에 세계 언론인들에게 보낸 e-메일 성명에서 "우리 혁명정부는 지금 이 순간, 즉 26일 오후 4시 15분(현지시각)부터쿠바와 파나마간의 외교관계가 무기한 단절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테러의 공범이자 옹호자인 파나마 대통령은 이 증오스럽고 반역적인 행위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물론 석방된 암살범들이 추후 저지르게 될 새로운 범죄에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또 "이번 사면조치는 파나마 국내법은 물론 파나마가 서명한 반테러 국제조약에도 위배된다"며 "이번 조치는 테러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강조했다.

앞서 이달말 임기가 끝나는 미레야 모스코스 파나마 대통령은 쿠바 정부의 외교관계 단절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날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첩보 요원 루이스 포사다 카릴레스(76) 등 반체제 인사 4명에 대한 사면을 강행했다.

모스코스 대통령은 이들이 형기를 마쳤을 때 파나마 차기 정부가 이들의 신병을쿠바에 인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면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카릴레스는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 대한 반대 활동을 해 왔으며, 그를 포함한 4명 모두가 카스트로 암살 음모와 관련해 7∼8년의 징역형 선고를 받고복역중이었다.

카스트로 의장은 포사다 카릴레스가 2000년 11월 파나마 정상회담 당시 자신을살해하려던 계획의 주동자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쿠바 정부도 포사다가 지난 76년 73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쿠바 민항기 폭파사고및 97년의 쿠바 내 한 호텔의 폭발사고에 연루됐다고 지목해왔다.

포사다는 항공기 폭파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탈리아 관광객 1명이숨진 호텔 폭발사고와는 연관이 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하바나 AP=연합뉴스)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