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노릇을 하는 상장사들의 자산에서 계열사 지분가치가 자사의 영업관련 자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SK-소버린'사태에서 보듯, 적대적 M&A시도에 더욱 '매력적'인 대상이 되는가 하면, 자사 시장가치보다 보유지분 시장가치가 더 커지는 '출자자산 할인현상'이 나타나는 등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26일 ㈜SK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의 핵심 지주사인 이 회사의 6월말 기준 총자산은 14조9천827억원으로 작년 말 15조303억원보다 줄어든 반면, 지분법 대상 주식가치는 3조7천706억원으로 반년전보다 11.8%나 늘었고 총자산중 지분법대상주식비중도 22.4%에서 25.2%로 증가했다.

지분법은 20%이상 지분을 갖고 있거나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분에 대해적용되는 것으로 관계사의 경영성과가 모회사의 손익에 반영된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도 이 기간 총자산은 3조7천854억원에서 4조3천585억원으로 15.1% 늘어난 반면 지분법 평가자산은 1조2천943억원에서 1조6천146억원으로 24.7%나 급증, 자산의 37% 이상이 지분법 적용 계열사 지분이었다.

대한생명을 둘러싼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던 한화그룹의 ㈜한화의 경우 총자산은 3조501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1.3%, 대한생명 등 지분법 자산은 1조5천158억원으로 24.8% 늘어났다.

이로 인해 ㈜한화는 작년 말 48.3%였던 총자산중 지분법 적용자산 비중이 올 반기말 49.7%로 늘어 자칫 연말 결산시 삼성그룹의 에버랜드처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해당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삼성 지배구조의 축중 하나인 삼성물산도 자산은 8조7천586억원에서 8조4천744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분법대상 주식은 9천493억원에서 9천601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이 지분법 평가대상에서 빠져 지분법 적용주식비중이 작을 뿐, 총보유지분의 시가가 3조원에 육박할 뿐 아니라 삼성SDS 등 '알짜'비상장주도 장부가로만 3천억원 이상이어서 2조원에 불과한 자사 시가총액을 압도하고 있다.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지주회사가 아닌데도 계열사 지분이과다하면 기업의 비상시에도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지분을 처분할 수 없고 영업확대등 기업가치제고에 사용할 수 없는 자본 비효율이 발생할 뿐 아니라 자사의 시장가치보다 보유지분의 시장가치가 더 커지면서 M&A에 노출될 위험을 안게 된다.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소규모 자본으로 그룹을 지배하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관련 다각화가 아닌 총수 지배구조 유지차원의계열사 지분 과다보유는 특히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