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비정규직 보호 강화 방안은 고용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오히려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재계로부터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는 25일 `비정규직 보호 완화를 통한 외국의 일자리 창출 사례 연구' 보고서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보호 강화와 같은 시장개입적 정책을 지양하고, 대신 정규직 과보호 해소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비정규직 문제가 생긴 것은 정규직 보호 강도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비정규직 보호를 강화하면 기업들이 비정규직 인력을 줄여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어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강화 방침이 지난 80년대부터 고용보호 완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려온 국제적 추세와도 배치된다며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고용보호 완화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독일과 벨기에는 각각 지난 85년, 90년대 초부터 계약직 사용 허용에 관한 관계법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사실상 전면 허용했고, 스페인은 94년부터 근로자파견제를 합법화했으며, 이탈리아는 97년 근로자파견제를 법제화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96년 파견근로 허용 업종을 16개에서 27개로 늘린데 이어 99년부터 전업종으로 파견근로를 확대하는 등 비정규직 보호를 완화하는 기조에서 정책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70년대 중반 이후 회원국들에 도입된 고용보호 제도가 80년대 중반를 넘어서면서 실업률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에따라 고용보호 완화 제도를 회원국들에 적극 권고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그 영향으로 프랑스는 86년 근로자 10명 이상 해고시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조항을 폐지했고, 영국은 85년 대량해고시 사전 통보기간을 단축했으며,독일은 부당해고 적용 최소기준을 상용 근로자 5명에서 10명으로 높였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이 56%에 달한다는 노동계 주장과관련, "OECD자료에 따르면 주당 30시간 미만의 파트타임근로자 비율에서 한국(7.1%)은 일본(23.1%), 독일(17.6%), 영국(23%), 미국(12.8%) 등 선진국보다 훨씬 낮다"면서 "정규직이 아니면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상의 관계자는 "정규직 고용에 따른 각종 제약에서 벗어나려 하는 기업들의 동기가 강해지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파생했음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정규직 과보호의완화없이 비정규직 보호만 강화할 경우 기업들의 인력절감형 자동화 투자확대 등으로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