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가 급랭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실업자를 양산하는 등 고용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수는 33개월만에 감소세(전년동월 대비)로 돌아섰고 전체 실업자중 전직 건설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높아졌다.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온 건설업계의 일자리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30대 이상 중ㆍ장년층이 대거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각종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까진 '약발'이 듣지 않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에서 촉발된 고용불안이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상황과 맞물릴 경우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경기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건설업발(發) 고용불안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직장을 잃은지 1년이 안된 실업자 가운데 건설업체에 근무했었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지난달 11만6천명에 달했다.

이는 1년 전인 작년 7월에 비해 26.1%나 증가한 것이다.

이로써 1년 미만 실업자 중에서 전직 건설업체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8.3%로 전달(16.5%)에 비해 1.8%포인트(1만8천명) 높아졌다.

선주대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지난달 30대 이상 중ㆍ장년층의 실업률이 높아진 것도 건설업 부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건설업의 고용창출 능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수는 1백78만6천명으로 전달에 비해 7만9천명이나 줄어 들었다.

◆ 건설업계에 부는 찬바람

건설업 고용지표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정부의 잇단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으로 건설경기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기 때문.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얼어붙으면서 건설수주액은 지난 6월 36.9%나 감소한 것을 비롯해 올들어 계속 두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충청권 분양 물량이 늘어난 덕에 지난해 수준을 겨우 유지해 오던 아파트 분양실적마저 지난달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7월 한달간 분양보증을 받은 아파트는 총 1만3천8백55가구로 전달(2만6천25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1년 전(1만9천20가구)에 비해서는 27.1% 감소한 것이다.

◆ 성장의 걸림돌 될까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부진이 심화될 경우 정부의 올해 5%대 성장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5%에 달하는 건설업이 경기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무더기 실직사태로 인해 내수부진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최근 콜금리를 인하한 데다 주택거래 허가지역도 일부 해제될 예정인 만큼 건설경기가 경착륙해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