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의 제작원가는 100달러도 채 안되지만 이에 따르는 부와 명예는 `참가하는데 의의를 둔다'는 올림픽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정도로 상당히 `유혹적'이다.

특히 동유럽, 동남아의 개발도상국 선수들에게 금메달은 그야말로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체조의 전통 강호 루마니아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한달 평균 가정수입의 300배에 가까운 5만달러를 무과세로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승용차와 대학 입학자격,정부 공급 주택 평생 임대권까지 받을 수 있다.

육상강국 케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평면 TV와 세탁기 같은 `귀한' 가전제품을 부상으로 얹어준다.

국가가 주는 금메달 포상금이 가장 많은 나라는 싱가포르인데 싱가포르 정부는금메달리스트에게 30만달러를 약속했지만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상금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림픽 금메달을 하나라도 더 따도록 유인하는 이 같은 `당근'은 최근에 등장한것은 아니다.

고대 올림픽이 열렸던 기원전 500년께에는 올림픽 우승자에게 500드라크마(1드라크마는 당시 양 한마리 값)를 상금으로 주고 공짜 식사와 평생 극장의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는 특권을 줬다.

어떻게 보면 과도할 정도의 상금과 특혜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체조종목에서 금메달 리스트가 주로 나오는 루마니아는 10대 후반 선수들이 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데 금메달을 한번 따고 나면 아직 창창한 나이인데도체조를 그만 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루마니아 체조코치 옥타미안 벨루는 "어린 선수들이 금메달 포상을 받은 뒤 선수생활을 그만두는 바람에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호르키나(25)와 같은 대형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포상제도가 역효과를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역작용에도 개발도상국이 올림픽 무대를 자국 홍보의 장으로 여기는 까닭에 올림픽의 기본정신을 훼손한다는 우려에도 금메달 보너스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 우크라이나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종합순위 15위 진입을 목표로 금메달 포상금을 2000년 시드니올림픽보다 배가 많은 10만달러로 책정했고 수도 키예프의 아파트까지 무료로 주기로 했다.

이밖에 러시아는 정부와 국가올림픽위원회, 기업이 갹출, 금메달리스트에게 25만달러를 주기로 했고 세계기록을 깨면 5만달러를 더 지급한다.

전쟁에 신음하고 있는 이라크까지 금메달을 따는 선수에게 2만5천달러를 주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며 아직까지 금메달을 한개도 따지 못한 필리핀은 12만5천달러의거금을 금메달에 걸었다.

한국 선수는 금메달을 따면 월 100만원의 연금외에 대한체육회로부터 종목에 따라 1천만~1천500만원(1만달러 내외)를 받는다.

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닌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시드니올림픽 역도에서 우승한 후세인 레자자데(이란)는 그리스 시민권을 얻었지만 그리스 정부가 월 2만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국적을 바꾸라고 요구하자 "조국을위해서 뛰겠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번 올림픽 여자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폴삭 우돔폰(태국)은 정부로부터 2만4천달러를 받는 등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버지 뜻을 따라 상금 대부분을 절에 헌금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호주, 핀란드, 영국 등 선진국은 금메달 포상금이 아예 없는데 이들 국가의 선수는 국가가 주는 `관제' 포상금보다 각 기업과 스폰서 계약으로 수백만 달러의 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서운해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