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유영철(34)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4차례에 걸쳐 살인 후 피해자의 인육을 먹었고 경찰에 잡히지 않았으면 100명까지 죽일 생각이었다는 엽기적인 진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94년 연쇄살인 조직 지존파가 `담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인육을 일부러 먹었다는 진술이 나온 이후 10년만에 엽기적인 `식인' 진술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동호 부장검사)는 작년 9월부터 올 7월까지 부녀자 권모씨 등 21명을 살해하고 사체 11구를 토막내 암매장한 혐의(살인.사체손괴 및 유기등) 등으로 유씨를 13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유씨가 조사과정에서 `잡히지 않았다면 100명까지 살해했을 것'이라고진술하고 살인의 주기도 갈수록 짧아지며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도 갈수록 `발전'했던 점으로 미뤄 살인에 가속도가 붙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씨가 일관적으로 진술하는 5명 추가살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유씨는 작년 9월 출소하기 전 99년말부터 2000년 초 부산에서 9명을 연쇄살인한정두영씨를 모델 삼아 출소 후의 살인행각을 계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2000년 6월 월간지에서 정씨 사건을 상세하게 보도한 것을 본 뒤 범행을 착안, 출소후 정씨의 살해수법을 참고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작년 9월24일 신사동에서 망치로 노인 2명을 살해하기 앞서 개를 상대로 연습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경찰에 잡히지 않았으면 100명까지 살인을 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고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4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장기 일부를 먹었다고 했으나 검찰은 실제로 먹었는지 여부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씨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행시 주로 초저녁에 여성을 집으로 유인, 밤에 살해하는 패턴을 보였고 범행을 전후해서 컴퓨터를 집중적으로 사용했으며 범행 무렵에는 몇일간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유층 노인 살해 동기와 관련, 유씨는 어릴적 집앞에 정원이 딸린 부유한 집이있어 동경했으나 자신의 경제적.가정적 좌절에 대한 비관때문에 이 부유층에 대한적개심이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전했다.

유씨는 또 절도 등 경미하다고 생각한 범죄때문에 잇달아 중형을 선고받고 장기복역하게 된데 앙심을 품었고 수감생활 중에 범행수법 등을 구상하는 등 장기간 범죄의도를 가져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헤어진 여성과 유사한 직업 등을 가진 여성을 토막살해하면서 타인의 생명을 자신이 좌우할 수 있다는 `자기권능감'에 도취했고 병적 소외감과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와 면담한 정신분석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씨는 정신질환자는 아니지만 일반인들이 공감하는 사회적.도덕적 규범에 대한 불신의 바탕위에 자신만의 독특한 신념체계를 가진 전형적 반사회적 성격장애자 징후를 보였다.

유씨가 범행에 사용한 해머와 유씨 자택 냉장고 외벽에서 피해자들의 유전자형이 검출됐고 주택가 살인사건 범행현장에서의 `족흔'이 유씨의 것과 일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체의 머리에 나타난 상처크기가 유씨가 사용한 해머크기와 비슷한 것으로파악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