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소집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그간의 예상대로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지만 내달의 차기 FOMC에서는 금리를 동결시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높아졌다고 월가 관계자들이 8일 전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 저널과 CNN 머니 및 ABC 방송 등은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같이 관측하면서 월가의 관심은 이제 미경제 회복에 제동을 건 `소프트 패치'(일시적 침체 처방)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FOMC가 이번 회동후 내놓을 성명에서 지금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할 것인지에도 월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7월 신규고용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낮게 나온 것이FRB의 금리 인상에 부담이기는 하나 연방기금 선물동향 등을 분석할 때 이번에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90%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하면서 문제는 9월의 FOMC가 어떤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9월 회동에서 금리가 추가 인상될가능성이 50% 미만으로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이 FRB와 직거래하는 프라임딜러 20개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결과도 9월에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이라는 응답이 10명인데 반해 6명은 `인상되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웰스파고 은행의 한국계 손성원 부행장은 AP에 "미 경제가 소프트 패치에 빠진것이 분명하다"면서 "이것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6-9월중 4.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앞서 예상했으나 지금의 상황을 감안할 때 "하향조정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FRB의 향후 금리정책 추이가 FRB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문제란 지적도 거듭 제기됐다.

시카고 소재 RGD 이코노믹스의 봅 드레릭은 FRB가 연초에 `인플레가 되살아나는조짐'이라고 진단한데 이어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도 지난달 미의회에 출석해 소프트 패치가 `일시적'이라고 밝혔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상황에서 FRB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우리 판단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FOMC에서 `일단' 금리를 인상하고 향후 고용 등의 지표 추이를 분석하면서 추가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를 지켜보는 `시간벌기' 전략으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손 부행장도 "8월의 고용 지표도 나쁘게 나오면 FRB가 9월 FOMC 회동에서는 금리를 동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FRB가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시키는 것이 정치적부담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FRB가 9월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의재선을 간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면서 이것이 FRB의 금리 정책에 심리적으로 부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그린스펀이 지난 92년 긴축통화 정책을 고수한데 대해 공화당이 불만을 가졌음을 파이낸셜 타임스는 상기시켰다.

월가 관계자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고용지표 추이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보였다.

와초비 증권의 존 실비아 수석애널리스트는 AFP에 "실질적인 성장이 고용보다는생산성 추이에 더 잘 반영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단기 고용지표가 나쁘게 나왔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시티그룹의 북미시장 담당 로버트 디클레멘테도 "고용시장의 큰 흐름은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면서 따라서 FRB가 단기 고용지표에 연연하지않는 태도는 합당하다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시로서는 향후 전망이 어둡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메릴린치의 투자전략가 리처드 번스타인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인플레가 연율 기준으로 약 3% 수준인데 반해 시간당 평균임금은 한해 전에 비해 1.9% 밖에 오르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실질임금이 이처럼 하락하기는 지난 9년만에 처음이라고강조했다.

그는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FRB가 금리를 인상하는것이 증시에 타격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지난 90년초와97년, 그리고 99년에 각각 발생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이처럼 인플레 변수가 부각된 상황에서 연방기금 금리가 1.25% 수준으로낮게 유지되는 것이 FRB의 주요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견해가 여전히 FOMC에서 중론으로 제시될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