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도부 내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친일진상규명법 개정 등 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중인 사안을 놓고 신기남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당 차원에서 마련됐던 일부 계획은 지도부 일각의 반발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같은 물밑 갈등양상은 결국 "불협화음"으로 표출됐다.

◆"이러다간 집권여당 노릇 못해"=이부영 상임위원은 4일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당의 리더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위원은 "야4당이 지난 3일 '카드대란' 국정조사를 요구해온 것을 당이 거절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카드대란과 신용불량자 문제는 민주당 집권 시절에 벌어진 일이므로 오히려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 원인을 규명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방일중인 천 원내대표가 최근 NHK와의 회견에서 "친일진상규명법은 순수한 국내 문제로 일본과의 우호를 해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당 간부가 친일진상규명법을 '국내용'이라고 말한 것은 대단히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 위원은 "소극적인 자세로 현안을 넘기려 한다면 여당 노릇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며 "당내에서 좀더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현안 놓고 '딴 목소리'='신-청' 투톱 사이에 현안별로 거리가 있는 발언이 이어지는 등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목포 발언을 계기로 수면 위에 오른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 신 의장은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천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사에 달려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놓고도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임종석 의원 등 46명의 의원들은 이날 보안법폐지추진위를 구성했다.

이에대해 신 의장은 '완전한 폐지'에 힘을 싣고 있는 반면 천 원내대표는 "폐지와 개정 주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제유산,군부독재 등 과거사를 포괄적으로 규명하겠다는 취지로 당내에 설치할 예정이던 '진실·화해·미래위원회'도 출발부터 흔들리고 있다.

상임위원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규명 범위를 5·16 군사쿠데타 이후로 한정하는 등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결국 위원회 출범은 당내 의견조율이 이뤄지기까지 당분간 유보됐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