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땅 개발 좀 해주세요.'

건설회사마다 시행사들이 가져온 사업계획서가 수북이 쌓이고 있다.

시행사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짓기 위해 땅을 매입한 뒤 건설사(시공사)를 찾지만 건설사들이 선뜻 수주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건설사들은 분양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어 위험관리 차원에서 예전보다 까다롭게 사업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특히 주상복합 및 오피스텔을 개발하자는 시행사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건설사들이 사업착수를 서로 미뤄서 그런지 시행사들의 사업계획서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수도권보다 익산 천안 등 어느 정도 초기분양이 이뤄지는 곳의 사업계획서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

종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곳들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현재 사업계획을 검토하는 팀을 4개 운영하고 있는데,일단 보류됐던 프로젝트가 다른 팀에 또다시 접수되기도 한다"면서 "신행정수도 호재가 있는 충청지방이나 일부 비투기과열지구는 그나마 낫지만 부산 대구 등의 사업은 아예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시공을 꺼리자 특정 사업부지가 서너개의 건설회사를 돌아다니는 것은 예사다.

업계 관계자는 "오늘 A회사에 접수됐던 땅이 내일은 B회사에,모레는 C회사에 얼굴을 내미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시행시장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아파트를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한 시행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사업이 늦어질수록 이자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땅을 전부 매입하지 않고 계약금만 치른 시행사들도 사업진척이 안되면서 계약금을 아예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