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논란을 빚어오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가운데 이법이 헌법소원 대상인지 여부를 놓고 법리적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헌법소원의 대상이라는 측은 "이 법이 국민의견을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결정된만큼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헌소대상이 될 수 없다는 측은 "특별법이 국회의결을 거친 만큼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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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讚 : 국민투표 없이 입법 재산·평등권도 침해 ]

朴俊宣 <변호사>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이 전원재판부로 넘겨졌다.

신행정수도법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람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의 당부 판단에 앞서 그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자격이 있느냐 등의 형식적 요건에 관하여는 일단 '가(假)승인'을 받은 셈이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판단결과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천도(遷都)'를 계획하는 노무현 정부는 중대한 기로를 맞게 될 것이다.

특히 당초 순수한 행정기관의 이전만을 전제로 했던 신행정수도 논의가 사실상의 천도로 변질된 상황에서 헌재 결정이 위헌으로 결론지어질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그런 이유로 노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의 헌법소원 대책반을 구성해 '만일의 사태'(위헌결정)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완전한 구현이 정부의 주요 책무인 점을 생각한다면 현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대책반을 가동한다는 것은 결국 헌재 결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며 하나의 난센스다.

더구나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들을 마치 대통령 퇴진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주장하고 매도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위험한 일이다.

이번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람들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헌법상 기본권은 국민투표권,재산권,평등권 등이다.

국민투표에 부쳐야 할 국가 중대사안을 국민투표도 거치지 않고 입법하였으니 국민들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얘기다.

또 적게는 45조원 많게는 수백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세금을 동원해 시급하지 않은 수도이전 비용에 충당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뚜렷한 이유나 검증절차도 없이 처음부터 '충청남도'지역으로 행정수도 이전지역을 정한 것은 다른 지역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모두 타당한 주장이다.

더욱이 수도이전 필요성에 관해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던 시점에 충청권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선거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이고 결과적으로 선거공약으로 채택됐을 뿐인 '수도권 이전문제'가 천문학적인 비용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면서까지 강행되는 것은 헌법 위반임을 넘어 국민에 대한 '중대한 우롱'이다.

특히 헌법 제72조에서 국민투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의 모든 항목에서 관련성이 높은 수도이전 문제를 졸속하게 제정한 법률 하나로 추진한다는 것은 명백히 국민투표권,즉 참정권을 침해한 것이다.

수백여개의 외국공관이 터를 잡고 있는 수도를 이전하는 문제는 외국 공관의 이전 문제까지 고려돼야 하므로 외교상으로 매우 중요하다.

북한과의 대치 현실에서 수도가 어디인가는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신행정수도 건설 과정에서 통일이 이뤄질 경우 통일 대한민국의 수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 침체 극복이라는 대통령의 주장이 거시경제학적 측면에서 과연 타당한 것인지 등 헌법이 중요정책의 내용으로 열거하고 있는 모든 항목에 걸쳐 관련되는 문제가 바로 수도 이전이다.

그러한 이유로 수도이전에 관해서는 단순 법률이 아닌 국민적 합의,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법치국가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중대사가 정치적 극한 대결이나 무력 충돌이 아닌 헌법의 테두리에서 헌법기관의 법적 절차를 통해 종결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 反 : 헌법기관 장소이전 '국가안위' 해당안돼 ]

宋基春 < 전북대 법학과 교수 >

노무현 정부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행정수도 이전사업의 근거법률에 관해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됐다.

국가의 정치적 결정에 관해 헌법적 논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이 헌법소원심판에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는 옳지 않다고 생각된다.

첫째 청구인들은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것은 비록 명문규정이 없어도 불문헌법이며 수도이전문제는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므로 행정수도를 서울 이외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국민투표에 반드시 부쳐져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비록 세계 많은 나라들이 수도를 헌법에서 정하고 있긴 해도 우리 헌법에는 수도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미 주요한 국가행정기관이 과천,대전 등 서울 이외의 지역에 있고 서울과 인근도시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통합된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수도가 한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이라는 것을 불문헌법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가 주요헌법기관의 장소이전이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국가안위'라는 단어의 말뜻을 넓게 해석한다 해도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이므로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았다 하여 국민투표권의 침해를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서울이 수도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것은 서울특별시행정특례에 관한 법률과 지방자치법에 의한 것이며 따라서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에 의해 그 수도로서의 지위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이 법률의 제정과정에서 수도인 서울시와 협의절차마저 갖지 않은 채 서울시의 수도로서의 지위에 변화를 가져오는 법률을 제정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청문권의 침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통령선거 및 총선과정과 법률안 심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찬반논의가 이뤄졌고 법률의 제정에 공청회나 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나 소관위원회의 의결로 생략할 수도 있으므로 관련 국회법조항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청문절차를 생략하였다 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셋째 대전,충남,충북만을 행정수도가 이전할 대상지역으로 한 것이 불합리한 차별적 취급이라 주장하지만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을 꾀하기 위해 현재 전국 각 지방을 두루 연결하는 지역이 이곳임을 감안하면 이전지역을 특별히 이곳으로 지정한 것이 다른 지역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넷째 수도 이전으로 수도권에 있는 사람이나 기업의 활동,정부기관의 이용에 불편과 비효율을 가져오므로 직업선택의 자유,거주이전의 자유,행복추구권의 침해를 주장하지만 이는 헌법적으로까지 보호받아야 할 기본적 권리라기보다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이나 편의에 불과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법률에도 문제는 있다.

보다 신중한 제정절차를 거치지 못했다는 점,기존의 서울시행정특례에 관한 법률과 일부 충돌한다는 점,이전대상국가기관을 명시하지 않고 주요한 헌법기관으로 하면서 그것도 행정기관 이외에는 국회의 동의에 좌우되게 한 점 등이다.

또 행정수도 이전에 얼마의 비용이 들지,국가경제발전,통일,국토의 균형있는 개발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만으로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법률이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