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연장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는 기업의 존립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반 여론도 美日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유럽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일을 더 해야한다는 쪽으로 형성되고 있다.

개별기업에서 시작된 유럽의 근로시간 연장논란이 정치권으로 본격 옮겨지고 있는 양상이다.

◆'근로시간 연장' 목소리 커진다

근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2개국) 핵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에서 커지고 있다.

근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기업측은 근로시간 단축이 실질적으로 고용안정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을 뿐더러 생산성 저하로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만 약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연간 근로시간이 독일보다 3백46시간이나 많은 미국의 2003년 경제성장률은 3.1%를 기록한 반면 독일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0.1%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실업률은 독일이 10.5%로 미국(5.6%)의 2배에 달했다.

프랑스의 경제사정도 독일과 엇비슷하다.

유로권의 노동생산성이 미국 등에 뒤지고,기업들의 공장 해외 이전이 가속화하면서 노조 일각에서도 근무시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멘스 노조가 '추가 수당 없는 근무시간 연장'에 합의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슈피겔지가 지난달 말 독일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가 '40시간 근무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인도 10명 가운데 9명이 '좀 더 유연한 근로시간'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연장 논란 정치권까지 확산

근로시간 연장 여부를 놓고 다임러크라이슬러 근로자들이 대규모 파업을 벌이는 등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도 점차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의 프란츠 뮌터페링 당수는 지난 17일 "기업들이 유리한 시점을 이용해 근로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강조,근로시간 연장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보수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안겔라 메르헬 당수는 "기업이 생산비용이 저렴한 곳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근로자들과 근무시간 연장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것은 비난할 일이 못된다"고 주장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법정근로시간 35시간을 유지하겠지만 기업들에 더 많은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