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과 소비진작, 비정규직 처우개선이 우리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고임금 업종인 은행들이 1년간 임금을 동결하면 7천200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15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이 1년간 임금을 동결해 절약된 인건비를 모두 신규직원 채용에 투입할 경우 약 7천200명의 군필 대졸 정규직신입직원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절약된 인건비의 50%만 비정규직 임금인상에 사용해도 비정규직 급여를 30%나 올려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정규직 대졸초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에서 60%수준까지 높여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를 그만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건비 절약분은 현재의 임직원수를 기준하고 자제한 임금인상 폭을 5%로 잡은것으로 금액으로는 2천428억원에 이른다.

이 절약분을 신규직원 채용에 사용하면 은행 전체로 군필 대졸자(초임 연봉 3천388만원) 7천1백66명에게 새 일자리를 줄 수 있을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또 인건비 절약분의 50%만 비정규직 급여인상에 사용해도 비정규직의 1인당 연봉은 29.0% 증가, 정규직 대졸 초임의 60.2% 수준으로 올라간다.

은행에서 비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말 기준 1천609만원으로 정규직 대졸초임의 47.5%에 불과하다.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특수은행 등 19개 은행의 지난해 총 인건비 지출액은 4조8천561억원이며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 직원수는 정규직 8만9천519명, 비정규직 2만8천737명 등 총 11만8천256명이다.

임금인상의 소비진작 효과는 기존 직원의 임금을 5% 일괄 인상할 경우 통계청의올해 1.4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나타난 한계소비성향을 적용했을 때 소득증가분의 47.6%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절약한 인건비의 절반을 신규직원 채용에, 나머지절반을 비정규직 임금인상에 사용하면 소득증가분의 75.0%까지 소비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이 낮을수록 평균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665억원의 순 소비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형 사업장의 임금인상이 하청기업에 비용으로 전가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여건이 악화되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대형사업장과 중소기업간의 노.노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에서 임금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연구원은 "상대적 고임금인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임금인상을 자제하면 신규 고용확대 등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누가 선뜻 나서서이를 주도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면서 "고통분담을 위한 사회 전반의 공감대와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