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및 이슬람인에 대한 잇단 폭행사건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13개월 된 자녀와 함께 열차를 타고 가던 한 20대 주부가 유대인으로 오인받아 10대들로부터 끔찍한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범인들이 이 어린 주부(23)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옷을 찢고 복부에 '만(卍)'자를 새기는 가혹행위를 하는 동안에 같은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들 중 누구도 나서서 이를 만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프랑스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사건은 지난 9일 오전 9시30분께 파리 교외선 열차에서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15∼20세 가량의 흉기를 든 범인들 6명은 애초에는 강도짓이 목적인 듯 열차에 탑승했던 이 여성에게 다가가 시비를 걸며 가방에서 돈과 신용카드 등을 빼앗았다.

사건의 성격이 바뀐 것은 10대 범인들이 이 여성이 파리 16구(區)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분증을 발견하고 난 뒤였다.

경찰은 당시 범인들이 "16구에는 유대인만 살고 있다"고 외친 뒤 갑자기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이용해 "기념품으로 삼겠다"면서 이 여성의 머리카락을 6조각 냈고, 셔츠를 절단한 뒤 복부에 펜으로 `만(卍)'자를 새겼다고 전했다.

또 이 과정에서 유모차에 타고 있던 13개월 된 어린 아이는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피해자는 실제 유대인도 아니고, 더 이상 16구에 살지도 않았다.

다행히 이 여성과 아이 모두 심각한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프랑스내 유대인과 이슬람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 증가에 따른 공포심을 확산시키는 동시에 시민의식 부재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이번 사건에 대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서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범인들을 색출해 엄벌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 "자녀들에게 광신주의, 배타주의, 극단주의 맹종에 대한 치명성을 자녀들에게 상기시켜야 한다"고 프랑스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프랑스 경찰은 교외선 열차역 내 목격자 탐문과 폐쇄회로 TV 화면 탐색 등을 통해 범인들을 추적중에 있으며, 시민단체들은 목격자들에게 즉각 범인색출 작업의 협조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9일 발간된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대인에 대한 공격행위는 135건, 협박은 375건이나 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발생한 유대인에 대한 공격 및 협박행위 593건에 육박하는 것이다.

또 이슬람인 등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행위도 급증, 올 상반기 들어 95건의 공격행위와 161건의 협박사건이 발생하며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 232건을 이미 초과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파리 AP=연합뉴스)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