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라피(Photographyㆍ사진술)는 그리스어로 '빛'을 뜻하는 포스(Phos)와 '쓴다는 것'인 그라포스(Graphos)의 합성어다.

'빛으로 쓰는' 사진의 재현성은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다.

1839년 8월 프랑스 과학아카데미가 다게르의 은판사진을 정식발명품으로 공표했을 때 화가들은 "그림은 죽었다"고 한탄했다.

초기엔 수정된 인물사진, 즉 회화사진이 인기였다.

막 태동된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이 귀족의 전유물이던 초상화 대신 자기사진을 갖고 싶어하면서도 생긴 그대로가 아닌 붓으로 그럴싸하게 보완한 사진을 원했기 때문이다.

초상사진에 이어 유행한 것은 해외의 이색적인 정경을 담은 풍물사진.그리고 다큐멘터리사진으로 발전했다.

사진은 사물을 기록하고,모르는 세계를 알려주고,은폐된 것들을 들춰내면서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관념을 뒤흔든다.

말이 뛰어오를 때 한발은 반드시 땅에 붙이고 있다는 사실과 꽃잎이 열리는 놀라운 순간을 드러내는 것도 사진이요,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의 실상을 드러내고,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사물의 소중함을 알리는 것도 사진이다.

미국의 사진기자 L W 하인은 남부 방직공장의 가혹한 아동노동 실태를 보도해 아동노동복지법 제정의 계기를 제공했거니와 한장의 사진이 여론을 일으키고 역사를 바꾼 일은 수두룩하다.

사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까닭일까. 곳곳에서 사진전이 열려 관심을 모은다.

'현대사진의 창시자'로 불리는 외젠 앗제(1856∼1927)의 19세기 말 '파리 풍경사진전'(김영섭 사진화랑)은 옛 파리의 정경을 가감없이 보여주고,베른트&힐라 베허 부부를 비롯한 세계적인 현역작가들의 근작을 모은 '사진예술전'(가나아트센터)은 각국 작가들이 포착한 오늘의 세계를 나타낸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전'(갤러리 뤼미에르)은 사진의 미학,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의 '알제리 사진전'(대림미술관)은 식민지 알제리의 모습을 전해준다.

한장의 사진이 보여주는 기록과 확증의 힘은 놀랍다.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는 디카(디지털카메라)와 폰카(카메라폰) 시대,온갖 동영상이 떠도는 시대에 사진전 붐이 이는 것도 그래서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