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테러 전쟁의 일환으로 입국비자 발급을까다롭게 하는 바람에 미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1일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적 전자쇼의 하나로 매년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려온 컴덱스가 올해 취소된 것도 비자 발급이 까다로운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고 소개했다.

또 미국의 대표적 마케팅회사 암웨이가 한국인 참석자 8천명의 비자 문제로 인해 올해 총회 개최지를 로스앤젤레스에서 도쿄(東京)로 급히 변경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컴덱스의 경우 매년 13만명 가량이 방문해왔으나 올해는 비자 문제로 해외바이어 5명 가운데 1명꼴로 입국이 불가능해 결국 쇼 자체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컴덱스를 주관해온 미가전협회(USCEA)에 따르면 컴덱스 참석을 위해 비자가 필요한 외국인 가운데 근 60%가 발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또 2주전 뉴욕에서 열린 중국직물쇼 역시 전시장의 3분의 1 가량이 빈채 치러졌다면서 여기에 초대된 중국기업 경영자 420명 가운데 근 절반이 비자를 받지 못해참석하지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9.11 테러가 터지기 전에는 이 쇼에 참석하는 중국 기업인에 대한 비자 발급률이 80%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또 올해의 경우 비자를 신청한 중국 기업인 가운데 상당수가 기각 사유를 전혀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미 제조업계에서만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진 후 지난 2년여간 입은 피해가 모두 3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주장되고 있다면서 이밖에 대학과 병원 및 관광업계 등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 당국이 대테러 전쟁이란 명분으로 이처럼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고있음에 불구하고 9.11 테러준비 초기에 관여했던 인물로 알려진 할리드 알 미드하르나 나와프 알 하즈미 같은 인물은 이미 미국 비자를 갖고 있던 것으로 조사에서 나타나 백악관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자발급 규정 강화로 인해 미국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관련해 신문은보잉사가 외국인 조종사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암웨이가 핵심시장의 하나인 한국에서 초청한 8천명의 입국을 성사시키는 것이 어려워지자 연례회동 개최지를 로스앤젤레스에서 도쿄로 전격 변경했던 사실도소개했다.

암웨이 행사지가 바뀌는 바람에 1천800만달러의 개최 경비가 일본으로 날아간 셈이 됐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 당국이 비자발급 강화와 함께 얼마 전부터 가동한 `유에스 비짓'(US-visit) 프로그램에 따라 비자 소지자들이 입국시 사진과 지문을 찍어야 한다는 점을상기시키면서 이 시스템이 오는 9월부터는 비자면제 국가인 유럽과 일본 등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에게도 확대 적용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미 당국은 연말까지 `유에스 비짓' 시스템에 의해 입국자가 사진과 지문을 찍는시간을 15초 가량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외국 정부들에 대해 여권 소지자의 신원에 관한 정보들을미국의 입국 시스템이 즉각 인식할 수 있도록 `바이오 여권'으로 교체하도록 압력을넣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