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라크공화국 대통령, 사담 후세인 알-마지드다"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30일 자신에 대한 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살렘 찰라비 특별재판소장과 첫 만남에서 거만한 태도로 이렇게 말했다.

찰라비 재판소장의 한 보좌관은 회색 아랍 전통의상 차림의 후세인이 트레이드마크인 콧수염을 길렀으나 체포 당시와 달리 턱수염은 없었고 살이 전보다 빠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후세인은 이날 찰라비 재판소장과 이라크 판사 한 명, 미국 관리 4명이 기다리고 있던 방으로 안내된 후 이들에게 '냉랭한 인사'를 한 뒤 바로 "오늘 나를 심문하는가"라며 첫 질문을 던졌다.

찰라비 재판소장 보좌관은 후세인이 5분간 이뤄진 이날 만남 내내 자리에 앉은채 앞에 서 있는 방문자들을 경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후세인과 그의 핵심측근 11명에 대한 법적 관할권은 이날 이라크 임시정부로 인계됐으며 이들의 신병 구금은 이라크 정부가 적절한 시설을 갖출 때까지 미군이 담당할 예정이다.

미국과 이라크 임시정부는 후세인 수감장소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한 인도주의단체에 따르면 그는 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있는 미군 교도소인 캠프 크로퍼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처음으로 후세인을 만난 찰라비 재판소장은 미국 ABC뉴스 앵커 피터 제닝스와 인터뷰에서 후세인은 거만한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매우 초조해보였다고 말해다.

그는 "후세인은 전에 TV에서 보던 그런 위엄있는 인물이 아니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초조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인이 이라크 판사가 자신의 법적 관할권이 미국에서 이라크 임시정부로 인계됐다는 얘기를 했을 때 특히 심적동요를 일으키는 것 같았다고 그는 전했다.

찰라비 재판소장 일행은 이날 5분간 후세인을 만난 뒤 함께 수감된 후세인 정권의 핵심인사 11명도 10여분간 차례로 만나 법적 관할권 인계와 앞으로의 재판 절차를 설명했다.

전쟁포로에서 범죄 용의자로 신분이 바뀐 이들은 1일 처음으로 이라크 법정에 출두해 자신들에게 적용될 기소혐의를 들을 예정이다.

이라크 관리들은 ABC뉴스에서 모든 이라크 국민이 24년간 이라크를 통치한 사람이 현재 어떤 모습인지 볼 수 있도록 후세인과 그의 핵심 측근들이 법정에 서는 모습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