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분신과 다름없는 버스노선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린다니 서운할 수 밖에요" 비가오나 눈이오나 25년동안 정릉∼방배동까지 운행해온 1번버스 기사 이순학(63)씨는 서울시가 추진중인 전면적인 버스체제 개편을 사흘 앞둔 28일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1966년 처음 생긴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버스 `1번'은 내달 1일부터 동대문운동장까지 가는 1014번, 동망봉까지 가는 1013번, 상월곡역까지 가는 1113.1114번,교보문고까지 가는 1020번 지선 버스로 나뉘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씨는 "농사를 짓다 상경한 이후 꼬부랑 노인이 된 지금까지 40여년간 1번만타고 다녔는데 이제 어떡하냐며 섭섭해하는 단골 승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씨가 1번 버스기사가 된 건 지난 1980년. 정릉에서 고속터미널을 지나 방배동까지 가는 유일한 노선이라 시골에서 올라온할아버지, 할머니부터 등하교길 중고교생, 시장상인, 직장인, 취객 등 끝없이 내리고 타는 인파 덕택에 `황금노선'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버스요금이 120원하던 시절 정릉고개를 올라가기 전에는 유일한 운송수단이었던버스를 타기 위해 끝없이 몰려오던 승객들로 소녀티를 벗지 못한 안내양들이 끝없이손님을 밀어넣어야 했다. 생활형편이 좀 나아지면서 안내양들은 `학교'로 돌아갔고 손님이 직접 돈을 내고타는 `자율버스'가 도입됐으며 버스요금 계산이 맞지 않자 토큰도 만들어졌다. 1번 버스의 인기가 하락한 것은 약수동∼신당동 로터리까지 지하철 6호선 공사가 시작되면서. 지하철 공사로 도로사정이 나빠져 통상 2시간여 걸리던 정릉∼방배동 코스가 3∼4시간, 심지어 7시간이 걸리게 돼 아무도 타지 않게 됐고 공사가 끝나자 많은 손님들이 지하철로 옮겼다는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하루 할당량이 7바퀴라 쭉 뻗은 도로를 달리고 종점에서 10∼20분 쉬던것도 교통 체증으로 한바퀴에 3∼4시간씩 걸리게 되면서 힘들어졌다"며 "손님들의원성을 사지 않기 위해 7분이라는 앞차와의 배차간격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서두르게 되고 난폭 운전도 다반사가 됐다"고 회고했다. 내달 1일 버스체제개편에 대해 그와 동료들은 다소 서운해하면서도 하루 할당량이 7바퀴에서 6바퀴로 바뀌어 밥먹을 시간도 생기고 난폭운전을 할 필요도 없어진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25년간 단 한번 지각없이 끼어든 오토바이와의 접촉사고 1번 외에는 무사고 운전을 해와 어느덧 가장 오래된 1번 버스기사가 된 이씨는 "새 버스체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버스 기사들의 친절과 안전운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항상 친절하고 침착하고 신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폭설이 온 뒤 한강다리를 건너지 못해 어쩔줄 몰라 하던 일, 지하철 공사 때문에 1바퀴에 7시간 걸려 암담해 하던 때를 추억으로 간직한 채 서먹서먹한 새노선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